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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조심조심 두번째 임기 시작…‘레임덕’ 전임자들 전철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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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08. 06. 15:52

Iran Nuclear <YONHAP NO-3415> (AP)
사진출처=/AP, 연합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큰 격차의 대선 승리는 대통령에게 자신이 공약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선서식을 갖고 대통령으로서의 두번째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미국 LA타임스는 비록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여전히 이란의 주요 부문에서 통제권을 거머쥐고 있는 이슬람 강경파의 반대 속에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로하니 대통령이 과연 자신이 약속한 국정 개혁을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5월 56.9%의 지지를 받아 38.6%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슬람 강경파 성향의 경쟁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핵합의를 이끌고 친서방 개혁, 인권 신장 정책 등으로 중도·개혁파, 특히 청년층의 지지를 받은 로하니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 개혁과 사회적 자유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로하니 대통령은 매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들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보수파들과의 충돌 이후 급격한 레임덕 상태를 맞이한 것을 감안하면 로하니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에도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고 LA타임스는 설명했다. 이란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기는 하지만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종신제 최고지도자가 왕과 같은 권력을 쥔 신정일치 국가다. 4년 연임제인 대통령은 이란의 2인자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일 로하니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인한다는 칙령서를 전달한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로하니 대통령에게 이란의 적들의 음모에 주의해야 된다고 경고하며, 제재에 대항하는 이란식 자립경제 체제인 ‘저항경제(resistance economy)’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성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란에 공격적인 세력들에 항복하는 대가는 그들과 맞서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면서 외부 세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최근 로하니 대통령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로하니 대통령이 서양의 영향력에 맞서 ‘이슬람 체제의 존엄’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이란 전문가 압바스 밀라니 교수는 “최근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로하니 대통령의 남동생인 후세인 페리이둔이 금융범죄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보수파인 사법부가 로하니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눈 것이라고 분석했다. 꾸준히 부패 혐의를 받아온 페레이둔을 새로운 정부 내각을 조직하려는 시점에서 수감한 것은 사법부를 필두로 한 보수파가 로하니 대통령의 새 내각 구성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페레이둔은 결국 5000억 리얄(약 154조 6400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고혈압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국가적 협동’과 세계와의 ‘건설적 관계’를 강조했다. 이는 그가 첫번째 임기에서부터 강조해 온 익숙한 레토릭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그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개혁적인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외쳐온 ‘자유’와 ‘시민권’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이 이제는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로하니는 국회의원들과 정부 인사들, 해외 고위 외교관들이 모인 앞에서 “우리는 국내외 정책 양쪽에서 모두 온건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로하니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그의 개혁적 지지자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2주 내로 2기 정부의 내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선 전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내각 구성원 18인 중 여성과 개혁적 정치인을 포함해 꾸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새 내각의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름들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민감하지 않은 인물들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루하니 새 내각에 여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개혁파 정치인들도 거의 포함되지 않을 것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다는 정치운동가 시아바시 라메시(30)는 “여성 장관 한 명을 지명하는 것 정도는 그리 큰 일도 아니다. 그는 왜 시도조차 하지 않는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미 최근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 및 중국석유화학공사에 남부 페르시안만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 개발권을 주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 계약을 체결한 건으로 나라를 ‘식민지적 이해관계’에 팔아 넘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이란 제재안을 북한·러시아 제재 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통과시키면서 이 또한 로하니 반대파에게 먹잇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라 할 수 있는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한 2015년 핵합의로 이란에 대한 대부분의 경제 제재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경제가 기대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로하니의 약점이 되고 있다. 해외 은행들과 기업들은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오면서 자신들의 사업과 충돌을 빚을까 우려해 이란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판에 몰린 로하니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2기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잔느 말로니는 “그것이 로하니가 시스템 자체에 내재돼 있는 함정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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