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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대통령 피살, 코로나19...아이티 최악의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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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8. 16. 13:54

Haiti Earthquake <YONHAP NO-1445> (AP)
한 여성이 15일(현지시간) 아이티 레스 케이즈의 캠프 페린에서 지진 이후 파괴된 집 앞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있다.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으로 이날까지 사망자만 1297명이 보고됐다. 현지는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데다 열대성 폭풍까지 덮칠 전망이어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AP연합
국민 60%가 하루 2달러(약 2300원)로 살아가는 최빈국 아이티가 또 한 번 참극을 맞았다. 규모 7.2의 강진이 덮쳐 11년 전 최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 공포를 재현했다. 대통령이 피살되며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까지 겹쳐 최악의 삼중고에 직면했다.

15일(현지시간) 아이티 재난당국인 시민보호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29분쯤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현재까지 1297명이 숨졌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 등이 전했다. 현지는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집계된 부상자는 5700명에 이르고 실종자도 다수여서 인명 피해는 걷잡을수 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시민보호국을 인용한 로이터통신은 “많은 이들이 실종 상태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잔해 아래 깔려있다”고 우려했다.

진앙지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이다. 아이티 남서부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 등에 흔들림이 집중됐다. 피해 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주민 대부분이 여진의 공포 속에 집 밖에서 아침을 맞았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당국은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주택 1만3694채가 붕괴되고 1만3785채가 파손됐으며 병원·학교·교회 등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은 더디다. 지진에 의한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막혀 현장 진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쳐 열대성 저기압까지 아이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진 ‘그레이스’가 아이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는 거듭된 초대형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이다. 2010년 포르토프랭스 부근에서 일어난 규모 7.0의 강진으로 최대 30만명이 숨진 아픔을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잊혀질 만하면 강진이 찾아드는 원인에 대해 학계는 엔리퀼로 단층이 아닌 다수 단층이 미끄러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당초 아이티 지진은 북아메리카판과 카리브판이 충돌하는 엔리퀼로 단층의 움직임에 의한 결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엔리퀼로 단층의 표면 충돌 증거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미국 지질조사국(USGS)·캘리포니아 기술협회·텍사스대학교 등이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했다.

아이티는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피살로 정치·사회 혼란이 극심하다. 이런 가운데 대지진이 겹쳤다. 극도로 악화한 치안과 코로나19 위기까지 사면초가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즉각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비극의 여파를 줄일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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