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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브라질, ‘대통령 vs 대법원’ 충돌에 휘청거리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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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9. 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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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가운데)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
바람 잘 날 없는 브라질 정국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겹쳤다. 대통령과 사법부가 정면 대립하는 이례적 양상이 연출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아마존 화재 등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브라질이 여러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암담한 상황에 처했다.

브라질 실질 통화는 행정수반과 사법부의 충돌이라는 제도적 긴장과 내년 선거 결과를 놓고 벌써 불복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른바 ‘대통령발(發) 리스크’로 인해 8일(현지시간) 2% 이상 폭락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독립기념일을 맞은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대법원장은 물러나라”고 외치는 친정부 시위대를 지켜본 루이스 푸스 대법원장은 이날 로이터통신을 통해 “대법원은 판결 권위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탄핵 대상이 되는 범죄”라는 강경 입장을 내놓았다. 현지에서는 대통령이 지지군중을 선동해 사법부를 겁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정국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보다 3.78% 하락한 113,412.8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은 지난 3월 8일(-3.9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크고 지수 역시 3월 24일(112,064.19포인트) 이후 가장 낮게 형성됐다. 보베스파 지수는 9월 들어서만 4.52% 떨어졌다.
헤알화의 가치 폭락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2.89%나 뒷걸음질을 치면서 달러당 5.326헤알에 마감됐다. 환율은 8월 23일 달러당 5.382헤알 이후 가장 높고 이달 들어 2.98% 상승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성장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이전 분기 대비 1.2%였다가 2분기 들어 -0.1%로 돌아섰다.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초 2.5%에서 현재는 2.05%로 내려갔다. 이마저 2%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브라질을 휩쓸었던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겨우 진정되고 보베스파 지수·헤알화 가치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던 찰나다. 경제가 기지개를 켜던 시점에서 정국 불안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대통령과 사법부 간 갈등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는 내년 선거에서 전국선거위원장을 맡게 될 알렉산드레 데 모라에스 대법관의 판결에 더 이상 승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상원에게 모라에스 대법관 탄핵을 요구했다. 그는 “모라에스를 탄핵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져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보우소나루의 우방인 아서 리라 하원의장조차 “브라질은 현실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섰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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