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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쓰더니, 터질 게 터진 엘살바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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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9. 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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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현금을 비트코인 암호 화폐로 교환하는 ‘치보’ ATM이 불타고 있다. 이날 엘살바도르 반정부 시위대는 비트코인 도입 등을 반대하며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연합
세계에서 처음 가상 화폐(암호 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인정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대규모 반대시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신 하루하루 널뛰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 무리였다고 꼬집는다.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을 맞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산살바도르 등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 등에 항의하며 대규모 반 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블룸버그·AFP통신 등이 전했다.

비트코인 논란은 독립기념일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주요 원인이다. 시위대는 하루하루 널을 뛰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공용 통화로 쓰던 미국 달러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1년간 5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4~5월 한때 25% 대폭락한 뒤 일정 기간을 두고 다시 50% 가까이 폭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정도 되면 변동성이라기보다는 투기성에 가까운 수준이다.

하루하루 10% 내외의 등락이 그리 놀랍지도 않은 가운데, 이런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방침에 엘살바도르인 10명 중 7명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으며 기초도 객관적인 가치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무리한 정책 추진은 정권에 불똥이 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위대들은 이날 “우리는 비트코인에 사기를 당했다”며 비트코인 인출금기(ATM)에 불을 지르면서 반감을 표했다. 아울러 “독재 타도” “연임 반대” 등의 구호를 같이 외쳤다고 AP통신은 알렸다.

인구 약 651만명의 중앙아메리카 빈국 엘살바도르는 2019년 6월 취임한 1981년생 젊은 지도자 나입 부켈레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비트코인 활성화를 위해 국민 1인당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뿌리기도 한 그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주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정부는 대통령 재선 금지를 포함한 200개 이상의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는 독재의 전조로 읽힌다는 안팎의 해석이다.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의회까지 장악한 부켈레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지난 5월 야권 성향의 대법관을 무더기로 해임했다. 판사 해고법도 통과시켰다. 이후 들어선 친 정부 성향 대법원은 대통령 연임 판결을 내려 그의 재선 길을 열어줬다. 판사 신분으로 반 정부 시위에 참여한 에슬리 카리요(48) 판사는 AFP를 통해 “엘살바도르가 독재로 가고 있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오르티스 야당 의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경제적으로 매우 큰 결정이었지만 완전히 비논리적으로 행해져 의회에 보내졌고 급히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치솟는 생활비와 실업률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으나 정부 대응은 경제정책 대신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일”이었다고 항의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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