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용호 칼럼] 尹 대통령, 국민 소통에 성공하려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2201001124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0. 22. 17:46

김용호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윤 대통령의 국민 소통 강화 천명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소통을 강화하기로 천명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원인이 자신의 일방적인 리더십과 국민 소통 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과 함께 철저하게 낮은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는 발언에 이어, 자신을 포함하여 대통령실의 모든 직원들이 어려운 국민의 민생현장에 나가 진짜 민심을 듣고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비판이 심각하였다. 작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다. 그리고 작년 11월 18일 이후 출근길 질의응답(도어 스테핑)도 중단되었다. 소통은 쌍방향인데, 국민들은 국무회의나 국가 행사에서 발언하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들을 뿐이었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이 용산의 구중궁궐에 갇혀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만시지탄이지만 윤 대통령의 국민과 소통 강화 약속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믿고 허심탄회하게 쓴소리를 적어본다.


◇소통 성공의 선결조건
대통령-국민 간의 소통이 성공하려면 선결조건이 있다. 대통령실 내부, 여당과 대통령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국민소통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59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소문이다. 1시간짜리 회의나 면담에서 대통령이 59분을 얘기하므로 참석자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자신감이 넘쳐나서 아랫사람들을 혼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니 누가 감히 바른 말을 대통령께 할 수 있을까? 싫은 말도 들을 줄 알아야 대통령의 국민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하길

지난 정부가 국민소통을 위해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했지만 전임 대통령은 '불통'의 대통령으로 낙인찍혔다. 이유는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이다. 한편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서 국정에 반영하려면 국회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당은 물론이고 국회 다수를 차지한 야당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하기 힘들다.

사법 재판을 받고 있는 야당 대표를 제외하더라도 야당 원내 대표를 비롯해서 국회 상임위원장과 자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에서는 국회를 설득하는 능력이 대통령의 성공 요건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를 우회하거나 무시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


◇여러 목소리에 공감 능력 보여주길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敬聽(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傾聽(경청)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다"이지만, 후자는 "몸을 기울여 듣다"라는 의미다. 전자보다 후자가 소통의 효과를 높여준다. 대통령이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국민들은 대통령이 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몸을 기울여 들을 때,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게 될 것이다. 건성으로 듣는 것은 역효과가 날 뿐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온갖 목소리에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 안다. 그리고 국민들은 당면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어려운 처지나 건의에 대해 대통령의 공감을 얻고 싶어 한다. 대통령의 공감이 국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북돋아 줄 것이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감동을 준 사람을 존경한다. 대통령께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공화주의 기반한 마스터플랜 만들길

한편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 소통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얘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서로 생소하기 때문에 소통의 효과가 단숨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성과는 빠른 속도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긴 호흡에서 장기적으로 국민 소통을 체계적으로 꾸려나가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임기 내내 소통 방식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실천하는 마스터플랜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국민 간의 소통이 시간 낭비가 되지 않고 생산적인 것이 되려면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공화주의(Republicanism) 정신은 양자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공화주의는 한마디로 나라 사랑이다. 자유나 민주주의보다 나라 전체를 강조한다.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려면 정치적 책임과 참여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공화주의다. 또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강조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중시한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민주주의와 함께 공화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화주의는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이다. 이러한 공화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대통령-국민 간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양자 간의 대화가 헛바퀴를 돌지 않을 것이다.


◇미래 비전 마련한다면 금상첨화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대통령-국민 간의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마련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기에 우리들은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라는 비전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비전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가 되었고, 국민들을 하나로 단결시켜 준 힘이었다.

지난 70여 년간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정도로 나라가 부강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말았다. 과거에는 이러한 비전이나 공동의 목표가 위에서 아래로 주어졌지만, 이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성숙한 시기에는 대통령-국민 간의 대화를 통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비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