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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국민주거생활 교육 전담할 전문기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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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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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생활은 지리적인 특성 외에 민족이나 문화적 환경 등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어느 민족이나 혹독한 기후 변화나 민족 고유의 생활 습관 등에 따라 지배를 받기 마련인 만큼 나름대로 독특한 생활관습이나 예의범절 등의 인문학적 속성과 거주 형태와 유형 등 물리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열대지방이나 툰드라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종교적 특성에 따라 거주 형태나 생활 방식이 다른 게 대표적 사례이다. 한민족의 경우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마을과 동네 단위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계절에 걸맞은 주거생활을 영위해왔으며 특별히 씨족사회가 주축이 된 집성촌에서 웃어른을 공경하며 살아온 특성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적인 주생활 패턴은 근대화, 산업화와 더불어 급속히 변화했고 도시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으며 공동체 개념이 해체되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서구화 현상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개인 프라이버시가 확보되고 바쁜 일상에 적합한 공동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졌고, 급기야 전 국민의 70% 정도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유례없는 아파트 공화국 시대에 돌입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실로 크다. 우선 모둠 살이 적합 여부에 기준을 두고 집을 선택하기보다는 당장은 물론 향후 투자 가치적인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투기자산으로 급변한 것을 들 수 있다. 아파트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향후 얼마나 오를 것인지가 내 집 마련의 최고 선택 기준이 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주택 정책을 내놓고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한다 해도 국민의 선택은 오직 투자·투기의 대상으로만 인식돼 정책이 먹히지 않는다. 거주 중심의 임대주택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직 자산가치적인 면만을 고려해 자가주택만을 선호하니 정책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올바른 자산으로서의 인식은 물론 형편과 취향에 따라 주택을 선택하는 인식 전환 교육이 절실하다.

또 모듬살이에는 지켜야 할 기본 규범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만 급격히 높아질 뿐 일반화된 공동주택 생활에 대한 최소한의 규범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분쟁 또한 다반사다. 최근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사건·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의범절과 규범의 준수는 몸에 배어야만 가능하다.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정교육은 그때뿐이어서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는 게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를 위한 교육 커리큘럼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정교과서에 주거생활에 관한 기술조차 체계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재난 체험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이나 이상기온으로 인한 재난사고, 인재로 인한 붕괴와 화재 등 재난 및 사고에 대응한 국민 체험 교육이야말로 화급한 일이다.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공급자 중심의 대응만 검토된다. 불연재·설계·시설 탓이 대부분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만 제시된다. 닥친 재난에 국민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사분오열된 기관별 제각각이며 체계적이지도 못한 채 임기응변식이다.

전세사기 등에서 보듯이 주거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필수적 지식 확보와 정책 가이드 역시 실생활에 절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시행할 기관과 교육이 전무하다. 게다가 쏟아져 나오는 주거 지원정책은 워낙 급변하는 데다 가짓수도 많아 국민이 이를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올바른 주거문화 구현과 인식의 전환, 주거생활 규범 준수, 주거안전문화 확보, 정책 전달의 실효성 제고 등을 위해서는 국민주거문화교육진흥원(가칭) 설립이 절대 필요하다.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커리큘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체험하며 주거 관련 종사자들의 자질교육까지 확대 실시하는 범국민 대상 교육 기관이야말로 날로 더해가는 주거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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