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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한 없고 책임만 부여…안전 임대차계약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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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2. 14. 06:00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주택임대차신고서에 임대인과 임차인뿐만 아니라 개업공인중개사의 인적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골자다. 종전 신고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개인정보, 임대목적물 현황, 임대 계약 내용만 기재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명칭, 소재지, 대표자 성명 등도 작성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는 인적정보 기재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내달부터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체납과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처럼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공인중개사에게는 안전한 부동산거래를 위해 확인해야 할 임대목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할 권한이 없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인중개사협회 연도별 거래사고접수 유형별 추이를 보면 전체 접수 건수 대비 다가구주택 경매사고 비율이 952건으로 전체 49.1%를 차지했다. 다가구주택은 한 채의 집에 여러 가구가 임차해 거주하는 구조로 국내 대표적 서민주거형태다.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당해 주택에 임차인이 몇 가구가 살고 있는지, 선순위 세입자들의 임차보증금은 총 얼마인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주택가격과 비교를 해야 한다. 임대인이 국세·지방세 체납은 없는지, 연체되고 있는 추가채무는 없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들은 우리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는 어떠한 공적장부에도 공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공인중개사가 정확한 임대차 정보를 확인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인중개사는 현행법상 이들을 확인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 오로지 임대인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정부에서조차 시행규칙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에서야 부랴부랴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를 관련 세무서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관련 세법을 개정했다. 여기서도 공인중개사는 이해 관계자에서 배제됐다. 단지 '임대차 계약서를 가지고 세무서에 가면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을 임차인에게 설명하라는 고지의무만 신설됐다. 공인중개사는 계약관련 이해관계자가 아니니 임대인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세피해와 같은 거래사고 발생 후 손해배상을 위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은 '중요사항을 임차인에게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 같은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고 지난 십 수 년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협회는 지난해 3월부터 '나이스평가정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인중개사들이 사용하는 거래정보망에 '신용인증송부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중개사무소에서 계약서 작성시 임대인의 본인인증과 동의를 구해 국세·지방세 체납은 물론 금융체납 사실과 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문제점은 여전히 있다. 임대인의 동의를 구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훌륭한 목수는 공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낚시대와 그물이 없어도 어부가 잘하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믿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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