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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사고, 무시하지도 말고 무서워도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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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3. 15. 08:01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났다. 대비하지 않는다면 원자로의 심각한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확인해 준 사고였다. 지진에는 충분히 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9.0의 지진에도 안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쓰나미로 인한 침수에는 대비가 충분치 못했다. 충분히 높은 위치를 잡지도 않았으며, 주요 설비 방수조치도 없어서 침수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반면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으로부터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지진에도, 쓰나미에도 충분히 대비되어 있었기에 아무 피해가 없었다. 오나가와 지역 주민 1만 명 중 1100명이 지진과 쓰나미로 사망했지만, 원전은 아무 피해가 없었다. 생존 주민 300여 명이 원전 내 체육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진과 쓰나미의 자연재해로부터 대피한 곳이 원전 부지였다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됐다. 이로 인한 사회적인 파장은 아주 컸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 결과, 방사성 물질 누출이 있었지만, 그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미미했다. WHO와 UN 방사선과학위원회의 보고서 결론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으며, 향후 암 발생 증가나 이로 인한 사망, 후대에 미칠 유전적 영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파장에 비해 실제 피해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 그 간극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 지역 영아가 사고로 인해 평생 추가로 받을 피폭량이 20mSv, 성인의 경우 10mSv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개인이 받는 자연적인 피폭량은 100mSv 수준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은 우리나라가 받는 영향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사고에는 대비해야 하지만, 방사선 피폭에 대한 공포는 버려야 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암환자가 증가했다거나, 소아 갑상샘암이 증가했다는 것 등 공포를 일으키는 소문과 뉴스는 모두 가짜로 판명됐다.
우리나라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반영해 지진뿐만 아니라 침수에도 더욱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지진에 의해 원전이 안전정지에 실패한 예는 없었다. 또 우리나라 원전은 침수에 대비해 방벽 성능을 증강하고, 주요 설비는 방수문으로 보호하고 있어 홍수나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 있어도 안전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충분히 대비하고 있지만, 안전에 신화는 없다. 기계는 고장날 수 있고,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비록 그 확률이 무시할 만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원전에서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원전과 같은 설계를 한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가 이를 입증한다. 격납고가 부피가 크고 두께가 두꺼워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격납고 내부에 있다. 같은 설계의 우리 원전 사고에서 기대할 최악의 상황도 이와 같을 것이다.

우리 앞에는 기후변화 대처와 경제 성장, 저출산 대처 등의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원자력은 청정하고 안정적이며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으로, 이러한 과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원전의 안전성은 지키되, 가짜 방사선 공포는 몰아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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