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배후 ‘이 팀장’ 檢 구속 송치…“숭례문 낙서도 시도”

서울경찰청, 경복궁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 결과
"불법 사이트 광고 단가 높이려 범행"…강씨 등 송치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경복궁 낙서테러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대 청소년들에게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일명 '이 팀장' 강모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1일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범행을 지시한 강씨(30)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 지시를 받고 낙서를 한 임모군(18)과 강모양(17), 낙서 범행을 대가로 돈을 송금하는 등 강씨의 범행을 도운 조모씨(19)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운영하던 불법 사이트를 홍보해 이용자를 늘려 배너 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해 낙서 범행을 계획하고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임군에게 범행을 지시한 혐의(문화재보호법상 손상 또는 은닉 등)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5개, 음란물 공유 사이트 3개를 운영하며 도박 사이트 등에서 개당 500만~1천만원짜리 배너 광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를 통해 강씨가 2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려 저작권법, 청소년성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사이트에선 영화 등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음란물 930개 등 영상이 배포·유통됐다.

강씨는 사이트가 유명해지면 광고 단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임군에게 "스프레이 칠을 하면 5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또 임군과 접촉하기 전 또 다른 미성년자 A군(15)에게 국보 숭례문을 비롯해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낙서 범행을 사주했으나 A군이 겁을 먹고 범행을 포기한 사실도 추가로 적발했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경복궁 낙서테러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낙서해 사이트를 홍보함과 동시에 낙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SNS상에 퍼지면 광고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씨가 생각했다면서 "숭례문과 경복궁 등 문화유산을 일부러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임군과 김양 등이 검거된 뒤 '사이트 운영자가 긴급체포됐다'는 등 허위 소문을 퍼뜨리고 주거지를 두 차례 옮기는 등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 22일 검거됐다.

경찰은 지난 28일 강씨가 진술거부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하다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흡연을 요청한 뒤 수갑을 찬 채 도주하다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키 180cm·체중 59kg으로 마른 체격 탓에 힘으로 왼쪽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빼고 도주하다 인근 교회에 숨은 뒤 오른쪽 수갑도 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명백한 증거를 제시받아 (혐의를) 부인해도 유죄가 나올 것이 뻔히 예상됐다. 최소 12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주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씨가 은닉한 범행수익 등을 추가로 추적하는 한편 그가 운영하던 사이트의 관리를 맡거나 자금 세탁에 도움을 준 혐의로 검거된 공범 4명의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