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파고든 ‘주세’… 초단기 임대시장 폭풍 성장

3년 만에 年 거래액 6억→300억원
전세사기·아파트값 급등세 등 영향
보증금 없거나 적고 계약기간 짧아
임대차보호법 미적용 등 주의해야

집주인에게 주(週) 단위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초단기 임대 '주세(週貰)'가 요즘 인기다. 수천·수억원대 보증금이 필요한 기존 전·월세 계약과 달리 보증금이 아예 없는 매물이 많고, 있더라도 몇십 만원 정도로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다. 또 1~2년 단위로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주세 매물을 찾는 수요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12일 부동산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와 리브애니웨어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대우아이빌' 오피스텔 전용면적 36㎡형은 얼마 전 보증금 없이 일주일에 24만원 임대료로 주세 계약을 맺었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이 도보로 5분 걸리는 초역세권 단지다. 이 같은 장점에 현재 전셋값은 2억6000만원, 월세 매물은 보증금 2000만원·월세 1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주세의 경우 수천·수억원대 자금(보증금)이 없더라도 서울 역세권 단지에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물이 나왔다 하면 금세 거래가 체결된다"고 전했다.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전용 59㎡형도 한 주당 77만원의 가격으로 최근 주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 전세와 월세 시세는 각각 4억1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5만원 선이다.

업계는 2020~2021년 부동산 활황기, 빌라 등 비(比)아파트 전세사기, 올해 여름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세 등을 거치며 주택 임대차시장에 변화가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주택시장 상황에 2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하는 전월세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성동구 금호동 M공인 관계자는 "급변하는 서울 주택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선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유리한데, 전세의 경우 최소 2년 동안 거액의 자금을 보증금에 묶어둬야 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며 "이에 최근 들어 주세와 같은 초단기 임대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적잖게 걸려온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2030세대가 부동산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초단기 임대차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세대에 비해 여러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은 경향이 큰 젊은 세대의 초단기 임차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회 삼아 월세보다 임대료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 집주인들이 주세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초단기 임대차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6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초단기 임대차 거래액 규모는 2022년 50억원으로 1년 새 8배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60억원까지 커졌고, 올해도 상반기 기준 3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세 장점에만 주목해 섣부르게 계약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초단기 임대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얻지 못한다"며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불했으나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단기로 거주하더라도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춰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