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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1980년대 후반 군부 독재가 종식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제는 영화나 근현대사를 다룬 책 속에서나 접할 줄 알았던 계엄령 선포를 2024년 12월 다시 듣게 된 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이번 사태로 기업과 소상공인이 받아야 할 피해는 또 얼마나 될지에 대한 생각이 드니 공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모두들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시기입니다. 기업들은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까지 더해지게 된 겁니다.
이미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때 원 달러 환율은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고 원화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즉 해외에서 물건을 떼온다면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반대로 물건을 판다면 기존보다 돈을 덜 받게 됐단 뜻입니다.
해외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각도 심각합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주요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톱기사로 보도하고, 한국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연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던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7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늘었습니다. 10월에만 16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동월 대비 97%를 회복한 수준으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성장세로 돌아섰던 관광산업 역시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민생토론회를 주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지원을 약속했죠. 하지만 그랬던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해제했습니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던 소상공인들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과연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로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해외 관광객마저 뚝 끊기게 생겼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도, 만냥빚을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나라를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기에 그 무게가 더욱 큽니다. 파장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져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