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벽 허물고 계열사와 시너지 강화
AI 혁신 등 힘쓰고 수시로 인재 배치
|
포인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SK㈜ 성장지원 담당을 겸직하며 오너십을 더 강화한 대목이다. 최 담당은 그룹 핵심 사업인 바이오와 함께 AI·디지털 전환도 주도하면서 그룹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전 계열사가 AI 관련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면서 미래를 확실히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SK의 인사는 앞으로 연중 진행된다. 대규모 연말 정기 인사보다 수시 인사로 전환해 조직 전반의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정세 대응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변화다. 때문에 2025년 정기 임원 승진자 규모는 75명에 그쳤다. 예년 140~160명대 수준에서 두자릿수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던 지난해 82명 보다 더 줄었다.
SK디스커버리 신임 사장으로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담당이 내정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수펙스 의장을 맡고 있는 최창원 부회장의 독립경영 지주사가 바로 SK디스커버리라서다. 그룹의 경영 효율화가 사업 뿐 아니라 인적 교류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이 SK온 제조총괄로 선임되고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이 SK실트론, SK C&C등에 두루 배치되는 등 인재가 필요한 자리에 조직의 벽을 허물고 주고 받았다.
5일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 및 협의했다고 밝혔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연중 수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 10월 기술·현장 출신의 CEO를 각각 선임했다. SK스퀘어는 지난 7월, SK에코플랜트도 지난 5월 CEO인사를 단행하면서 조기에 쇄신을 마쳤다.
조직은 군살을 빼고 한층 슬림화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8개 위원회 및 소수 정예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력도 각 계열사로 다시 배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이노베이션E&S를 사내 독립법인(CIC) 체제로 운영하지만 관리 조직 기능은 통합했다. '캐시카우' SK E&S를 SK이노베이션 산하로 넘긴 SK㈜는 지주사 본연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포트폴리오 관리 및 투자 기능을 일원화하면서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했던 AI사업은 계열사 전반에서 관련 조직을 신설하면서 더 구체화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 위원회 산하에 있는 AI·DT TF를 확대 운영한다.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맡고 있는 AI TF는 AI 추진단으로 확대하며, 윤풍영 SK㈜ C&C CEO가 맡고 있는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도 신설한다. 그룹 전반의 AI 역량 결집을 위한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하고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에도 나선다. SK㈜ 또한 AI혁신, 성장지원 등 2개 조직을 신설해 AI중심 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중 성장지원 담당은 최태원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맡게 된다. 최태원 회장이 AI와 함께 에너지솔루션, 바이오 사업 등을 성장 사업으로 낙점한 만큼 최윤정 담당이 이에 맞춰 관련 사업 발굴을 진두지휘하면서 오너십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으로 선임돼, 바이오 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해왔다. 지난 6월에는 SK그룹 연례 주요 행사인 경영전략회의에 처음 참석했고, 지난 10월말에는 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에도 참여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혔다. 지난달 SK AI 서밋 2024, 한국고등교육재단 50주년 행사 등에도 모습을 드러낸 데다, 지주사 성장사업 모색도 주도하게 된 만큼 점차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사간 인적 교류도 확대됐다. '따로 또 같이' 전략에 따라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을 중시하면서도 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확립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특히 사실상 독립경영을 펴고 있던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로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담당을 내정하며 그룹 전체적인 방향성을 공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3분기 첫 분기흑자 전환에 성공한 SK온은 지난해 SK하이닉스 출신 이석희 CEO 선임에 이어,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선임했다. 피승호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담당하며 해외에 의존하던 기능성 웨이퍼의 자체 개발을 주도해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끈 바 있다. 이와 함께 운영총괄을 신설, 신창호 SK㈜ 포트폴리오관리(PM) 부문장에게 맡겨 실행력 및 협업 강화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