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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발목 잡힌 삼성전자 주가… 자사주 매입 임원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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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4. 12. 09. 17:54

주가 부양 계획 통해 5만원대 회복
정치혼란 여파로 다시 하락세 국면
임원 60명 올해만 23만여주 사들여
157억원 상당… 수억원대 평가 손실

'시계(視界) 제로'. 정치가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되고 있는 시기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란을 맞아 주요 기업들도 숨을 죽이고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미 짜놓은 내년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며 "해외 쪽 고객사들에서 매일 한국 정치 상황변화에 따른 영향을 묻는 전화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주가 관리도 이미 기업들 손을 떠난 지 오래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위기설에 '4만 전자'까지 추락했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초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으며 반등하는가 했으나 비상계엄 이후 정치혼란 여파로 다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주가 부양 차원에서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것도 공염불이 되는 형국이다. 주가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자사주 매입을 했던 임원들의 예상 평가손실액도 점증하는 추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일 5만4100원을 기록했으나 이날 종가 기준으로 5만3400원으로 1.29% 하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4만원대로 추락했으나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대규모 주가 부양 계획에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달 26일 5만8300원까지 올랐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접어들면서 5만3000~5만4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가가 다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올 들어 자사주를 매입했던 임원들은 적지 않은 예상 평가손실을 입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 60명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 직전인 지난달 27일까지 23만2386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57억7705만원어치다. 대다수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가격은 6만~7만원대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회장급에선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이 지난 9월 1만주를 주당 7만3900원에 사들였다.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은 6월과 9월 각각 5000주를 주당 7만5200원, 6만2700원에 매입했다. 사장급에선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이 눈에 띈다. 노 사장은 6월과 9월 각각 5000주를 주당 7만3500원, 6만9500원씩에 장내 매수했다. 10월에도 주당 6만원에 5000주를 사들였다. 노 사장의 올해 자사주 매수 금액은 10억원이 넘는다. 박학규 사업지원TF담당 사장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1500주를 8억645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장급에선 유병길 미국법인(SEA) 부사장이 지난 3월 12회에 걸쳐 1만5832주를 총 11억9600만원어치 장내 매수했다. 평균 주당 매수가는 약 7만5000원이다. 같은 달 장세명 기획팀 부사장은 주당 7만2800원에 1만3677주, 약 1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주요 임원들은 많게는 수억원대 평가손실을 보게 된 상황이다. 유병길 부사장의 경우 이달 6일 기준 평가손실이 4억원에 달한다. 노태문 사장과 장세명 부사장도 2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한종희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의 평가손실은 6일 기준으로 각각 1억9800만원, 1억4850만원이다.

증권가 등에선 전 세계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 제한 이슈에 더해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임원들이 평가손실을 회복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 확대는 곧 경제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의 확대와 다름없다"며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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