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특히 혜택을 톡톡히 봤습니다. 서비스 한 달 만에 미래에셋증권으로 1000억원 가까운 이전액이 들어왔고, 한국투자증권도 1500억원 넘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 증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규모가 최소 14조에서 27조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 이전액도 크게 증가할 것이고, 운용·관리로 인한 수익도 적지 않아 대형 증권사들은 앞으로를 한껏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특별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대를 적극 반영한 것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잔치(?)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들입니다. 한 증권사는 한 달간 40억원에도 못 미치는 이전액이 들어왔다며 힘이 빠진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3분기 대형사에 밀려 실적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중소형사로선 뼈아픈 고백일 겁니다. 그러면서 애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중소형사들도 마찬가지 얘기를 합니다. 실물이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투자자 인식을 언급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규모가 크면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는 겁니다. 지난 3분기 확정급여형(DC형·1년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만 놓고 보면 중소형사의 볼멘소리가 틀린 얘기도 아니었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은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규모와 수익률 간에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 불리한 요인은 없을까요. 개인 가입자가 새 사업자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업자의 안정성, 브랜드 파워일 겁니다. 그런데 이들 요인은 상대적으로 중소형사에게 불리한 것들이죠. 마케팅 역시 대형사에게 더 유리합니다.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주로 광고나 임직원 캠페인을 펼치는 데,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결국 이러한 배경들 때문에 중소형 증권사 사이엔 당분간 대형사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다소 비관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증권업계가 꼽은 주요 먹거리 시장입니다. 기존 수입원이던 IB(기업금융)는 가시적인 성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은 올해보다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호황기만큼 증권사 수익을 뒷받침해주긴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대형사와 중소형사들이 연금조직을 확대하며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소형사들도 혜택을 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대형증권사는 실물이전 성과 이유 중 하나로 800개에 달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았습니다. 다양한 고객의 입맛을 충족하는 상품 개발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는 말인데요.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발굴하고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는 것,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