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컨설팅 건수 일년 새 45%↑
올해 들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여신 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소호(개인사업자)·중기 차주를 대상으로 직접 금융·비금융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내년도 상생금융 정책의 핵심을 '맞춤형 지원'으로 삼고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3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신한 기업고충 지원센터'를 신설했다. 해당 센터에서는 금융 상담뿐만 아니라 세무, 회계, 마케팅 등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경영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으로,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사업 경영을 돕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30억원 규모의 특별출연을 진행, 'KB소호컨설팅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은 자영업자에게 보증 한도와 보증료율 우대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KB소호컨설팅센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무료 컨설팅 및 금융 혜택을 지원, 지금까지 진행한 컨설팅만 4만6000여 건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지난 5월 자사 내 기업 컨설팅 조직을 확대 개편, '기업ESG컨설팅팀'을 출범시켜 ESG 경영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은행권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경영 컨설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지난해 소상공인에 제공한 경영 컨설팅 건수는 1만6748건으로, 2022년 1만1509건에서 일 년 만에 5239건(45.5%) 증가했다. 아울러 은행권은 지난 5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손잡고 은행권 경영컨설팅 및 소진공 지원사업 이수자에게 0.1~0.2%포인트 대출금리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경영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는 건 새로운 주거래 고객을 확보해 여신을 확대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은행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건전성 리스크를 희석해 자산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 둔화로 인해 올해 들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건전성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권에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중소기업대출과 소호대출에서 발생한 연체율은 각각 0.70%, 0.65%로, 10월 평균 연체율(0.48%)보다 월등히 높았다. 2023년 말과 비교하면 중소기업대출은 0.22%포인트, 개인사업자대출은 0.17%포인트 연체율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23년 말 기업 대출에서 부실 채권 잔액은 10조원에 달했는데, 지난 3분기 기준 11조7000억원으로 증가해 3개 분기 만에 17%가 늘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호·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여력이 떨어진 탓에 부실 채권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내년도 상생금융의 키워드를 정하고, 관련 태스크 포스(TF)를 출범시키는 등 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올해 은행권이 민생금융 지원 방안으로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서 이자 환급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TF에서는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과 주거래은행의 금융·경영지원 1:1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