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번 특별변경 심사기준을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을 중심으로 조정됐습니다. 한창 논란이 일었던 때 거래소가 KB·하나금융이 편입되지 못했던 이유로 ROE, PBR 기준 미달을 꼬집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특별변경은 해당 기업들을 편입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주변 반응을 의식한 것이죠. 업계에서도 예상했다는 듯,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볼멘소리가 들리는데요. 밸류업 기조에 반하는 행보를 보였던 기업들이 구성종목으로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지수 신뢰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기업은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사업 결정을 내렸고, 후진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죠.
예컨대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반 공모(80%)를 통해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채무 상환이 목적이었습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끌어왔던 자금을 주주들의 돈으로 메우겠다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두산밥캣 역시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함으로써 밸류업 취지를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을 정기변경 때 지수에 편입시켰고, 특별변경 때는 편출시키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정량평가에 의존한 결과인데요. 주요 지표들로만 평가 기준으로 삼고 줄을 세우다보니 기업들의 거버넌스 문제가 등한시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거래소 측은 정기·특별변경 과정에서 정성평가도 가미됐다고 항변했지만, 시장에선 공감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결국 밸류업에 역행한 기업들이 지수 구성종목으로서 실제 밸류업 기업들의 비중을 빼앗는 구조인데요. 덕분에 이들 기업은 한국증권금융·예탁결제원 등 여러 증권 유관기관이 펀드를 조성해 밸류업 지수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수혜를 받게 됩니다. 펀드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합니다. 당초 목적과는 맞지 않게 자금이 사용되는 셈이죠.
고려아연, 두산밥캣, 이수페타시스 등 밸류업에 역행한 기업들은 지수에서 과감히 퇴출시켜야 합니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시장과 업계의 불신을 잠식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이번 변경심사를 반면교사 삼아 내년 정기변경(2025년 6월) 때는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꼼꼼한 정성평가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 눈높이에 맞춰서 말이죠. 이런 시도들이 지속될 때, 탄핵 이슈와 세제개편안 무산 등으로 꺼져가고 있는 밸류업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