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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중미 아이티…“경찰이 잡은 용의자, 갱단이 끌고가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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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3. 04. 25. 15:23

갱단 폭력에 엿새간 사망자 70명 육박
Haiti Gang Violence
24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시신이 불에 타고 있다. / AP=연합뉴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중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의 일상화된 폭력으로 하루에만 10여명이 희생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카나페베르 지역에서는 이날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사람들을 갱단이 끌고가 폭행하고 불을 붙여 살해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한 버스에서 밀수품 수색을 벌여 무기류를 압수한 뒤 무기류 밀매 용의자인 남성 13명에 대한 신병 확보 등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십명이 몰려와 용의자들을 끌고 간 뒤 집단 폭행하고 몸 주위에 타이어를 놓고 불을 붙였다. 한 갱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들 용의자 13명은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는 2021년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가 마비됐으며, 올해 의원들의 임기 종료로 입법부 역시 해산됐다. 갱단이 경찰의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대놓고 중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공권력은 이미 의미가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갱단에 의해 경찰관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나 경찰들이 아리엘 앙리 총리를 향해 무기 보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엔특별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간 충돌로 지난 14∼19일 사이에만 거의 70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미성년자가 최소 2명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르토프랭스의 빈민가인 시테솔레이는 전쟁과 같은 갱단 분쟁의 중심지로 여성과 어린이들이 잔혹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유엔 기구는 지적했다.

최근에는 콜레라 재유행 조짐까지 보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생활 환경이 악화했다"며 "특히 하류 지역 해안가에 있는 시테솔레이로 쓰레기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범미보건기구(PAHO)가 아이티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10월 1일 3년여 만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7일까지 2592명의 콜레라 환자와 3만8086명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 기간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수는 650명으로 집계됐다.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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