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최준선 칼럼] 80년 후 오늘날에도 울림 큰 이승만의 가르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2201001158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22. 17:53

2024021301000952200053121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청동에 새겨질 이름, 이승만

진실은 감추어질 수 없다. 복거일이 쓴 이승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출판사: 백년동안, 2023) 뒷 표지에는 "이승만 그 이름을 청동에 새길 날이 오고 있다" 씌어 있다. 이 소설에 '물로 씌어진 이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우리 속담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이승만을 원수로 여기니 흐르는 물에 그 이름을 던져 그를 용서하자는 뜻이겠다. 그런데 책 표지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그 이름을 돌보다 강한 '청동'에 새길 날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그의 은혜를 잊지 못할 때가 곧 올 것이라는 작가의 예언이다. 그 예언이 지금 실현되려 하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이 큰일을 했다.

◇이승만의 'Japan Inside Out'에 대한 펄 벅의 서평

이승만은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직후인 1939년에서 1941년 봄까지 일제의 본질을 폭로하는 'Japan Inside Out: The Challenge of Today'(일본내막기)라는 책을 영어로 썼다. 1931년 중국을 무대로 한 '대지'(The Good Earth)를 출간해 풀리처상(1932년)과 노벨문학상(1938년)을 받은 펄 벅(Pearl Buck)은 '아시아 매거진'(1941년 9월)에 서평을 썼다. "무서운 책이다. 나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너무나 진실한 것임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두렵다."
◇Japan Inside Out(일본내막기)을 쓴 이유

이승만은 이 책을 쓴 이유를, 펜실바니아 여성협회에서 발행하는 잡지의 편집자인 신시아 롱(Cynthia Long)과의 대담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국 사람들에게 일본의 정체를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의 궁극적 목적은 세계 정복입니다. 전체주의 지도자들인 일본 천황,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그리고 독일의 히틀러가 추구하는 것이 세계 정복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이 세상을 지배할 권리를 지녔고 그렇게 할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만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얻으면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전체주의의 위협, 바로 그것이 미국과 같은 자유로운 나라들에 대해서 일본이 제기하는 위험입니다"(복거일, 같은 책, 432~433면).

◇오펜하이머도 밝힌 공산주의의 위험성

이승만은 이처럼 전체주의의 위협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 위험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다. 한 번도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없음에도 공산주의자라는 악의적 모함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원자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시 공산주의에 반대하면서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그토록 강력한 독재 정권이, 공동체(community)에서 나온 말인 '공산주의(communist)'라고 스스로 명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언어유희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산주의라는 말은 마을에서 자신의 기능을 뽐내는 장인들, 그리고 무명으로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사람들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공동체가 하나의 공동체, 모든 진실이 하나의 진실, 세상의 모든 경험에 모순되는 점이 없고, 완전한 지식이 언젠가는 가능하며, 가능성이 있는 것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인류의 운명이 아닙니다. 인류가 나아갈 길이 아닙니다.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인류를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세계에서 철창에 갇힌 무력한 죄수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별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저, 최형섭 역, 2023, 각주 48).

◇이승만, "이유 여하 막론 전쟁 반대하는 자, 5열(간첩)과 같아"

이승만은 전투적 평화주의자들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해서도 「일본내막기」에서 자세히 밝혔다. "그러나 국가의 방위, 국가의 명예 또는 국가의 독립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류의 전쟁을 반대하는 그들 전투적 평화주의자들은 내 생각엔 어떤 '제5열'과도 똑같이 위험하고 전복적이다. 그들의 동기들은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결과는 같다"(복거일, 같은 책, 149~150). 영문 원문은 이렇다. "But those militant pacifists who are opposed to any and every kind of war, whether for national defense, national honor, or national independence, are, to my mind, just as dangerous and subversive as any 'fifth columnist'." 여기서 'fifth columnist'는 복거일의 책에는 '제5열'로 번역됐으나, 영화 자막에서는 '간첩'으로 번역됐다. 보통 정규군이 4열로 줄지어 나아간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게 적의 내부에 잠입해 활동하는 열외 부대를 제5열이라고 하기 때문에 아마도 쉽게 알아듣게 '간첩'이라고 번역한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전인 2016년 "좋은 전쟁보다는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3년 11월 4일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 "엄청난 대량 파괴 살상 후에 승리한들, 그게 무슨 그리 큰 좋은 일이겠느냐"고 했다. 이런 말을 처음 한 게 아니다. 2016년부터 틈만 나면 이재명 대표는 '더러운 평화론'을 주창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의원 시절에 "이 대표의 말과 이완용의 말이 다르지 않다"고 일갈했다.

◇80년 지난 오늘날까지 유효한 이승만의 가르침

이승만 대통령은 전체주의의 위험과 현재 진행 중인 위협에 대한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를 명확하게 일깨워 준다.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소위 전투적 평화주의자들은 간첩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에게 깨우쳐주고 있다. 이것은 8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이승만 대통령의 가르침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