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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당폭주 아닌 성숙한 의회정치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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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22. 18:09

퇴임을 앞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진영논리에 갇힌 정치를 작심 비판했다. 김 의장은 21일 제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 연찬회에서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을 향해 '수박'이라고 부르며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며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친명 성향 당원들이 비명계 인사들을 비판할 때 주로 쓰는 단어다. 최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하자 더불어민주당 강성지지파인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 당내 수박 분류에 들어간 상태다. 김 의장이 이런 개딸들을 대놓고 저격하며 친정인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나를 뽑은 사람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하고,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 민주당은 법사·운영위원회뿐만 아니라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전부 독식하겠다고 나서는 등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 이어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차지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여당이 국회 운영위원장을, 2004년 17대 국회부터는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그는 다수가 소수를 오로지 힘으로 제압하려는 건 민주주의 정신의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앞의 김진표 국회의장의 발언과 그 취지가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을 근거로 다음 달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아무리 172석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상임위원장 독식은 민주적 국회운영을 파괴하고 여야 협치도 깨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민주당은 이견을 '배신'으로, 타당을 '적'으로 여기는 3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민주적인 일당 독주를 멈추고 의회정치의 정신에 부합하는 원만한 타협을 이뤄내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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