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급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덜컹수는 순식간에 윤 대통령을 하야와 탄핵의 갈림길로 몰아세웠다. 지난 토요일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비가 올 때까지 지낸다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무한 루프 탄핵안을 상정하겠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곤궁한 위기에 처했는데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보다 먼저 계엄령이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윤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이니 즉시 직무정지 시켜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었는데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함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마치 본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인 듯이 행동한다. 윤 대통령이 본인에 관한 문제를 한 대표에게 위임한 것이 아닌데 마치 본인이 전권을 위임받은 듯 행동한다. 야당으로부터 제2의 계엄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을만하다.
한동훈 대표를 바라보는 이재명의 속마음은 어떨까? "불감청(不敢請) 고소원(固所願)." 감히 요청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속 깊이 바라던 바가 아닐까. 한동훈을 바라보며 이재명은 속으로 즐거워하며 비웃고 있을 것이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 '지피지기는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다. 이재명은 최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법대로 6개월 안에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본인은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재판을 미루어 다음 대선 전까지 판결확정이 되지 않게 해야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윤 대통령의 계엄령으로 상황이 역전되었고, 탄핵이든 하야든 관계없이 판결확정 전 대선이 가능해졌고 멀어졌던 대통령의 신기루가 이제 곧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탄핵보다는 하야가 본인에게 더 이익이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결국 윤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탄핵재판이 윤 대통령의 지연전술로 늦어질 수 있어 그사이 본인의 재판이 확정되면 남 좋은 일만 시킨 것이 된다. 더군다나 헌법재판관이 6명밖에 없으니 한 명이라도 삐끗하면 기각이고, 탄핵 후 2개월 안에 대선이 치러지니 본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까 걱정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 하야하면 두 달 안에 대선이 치러지는데, 그 안에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재판이 확정될 가능성은 0퍼센트다. 이재명으로서는 대통령의 꿈을 현실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대통령 즉시 하야다.
그런데 고맙게도 한동훈 대표가 앞장서 이재명의 속마음을 관철시키는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업어주고 칭찬해 주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탄핵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한동훈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동훈은 앞장서 윤 대통령 하야를 외쳐 관철시키는 것이 본인이 대통령 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6개나 재판받는 범죄자 이재명은 조선 제일검 검사출신인 본인에게 매우 손쉬운 상대라 믿고 있기에 처음에는 6개월이었던 하야 시기가 즉시 하야로 바뀌어도 받아들일 기세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게 한 대표를 대선에서 상대하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트는 것보다 쉽다. 당장 조기하야 카드가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지 구분조차 못 하는 정치초년병이 본인과 상대하겠다니 우습다. 더군다나 이재명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한동훈 특검법." 이미 조국혁신당에서 한동훈 대표에 대한 특검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윤 대통령을 즉시 하야시키는 데 한동훈 대표가 마구 춤추며 놀게 하고, 윤 대통령 하야 즉시 만지작거리던 한동훈 특검법을 번개처럼 통과시킬 것이다. 권한대행은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도 못 한다. 그리고 대선보궐선거까지 두 달 내내 이재명은 조선제일검을 도륙하고 마침내 용산 아닌 청와대로 입성할 것이다. 한동훈 특검 수사 한방으로 KO될 맷집 없는 한동훈을 바라보며 이재명은 즐겁다.
상대수를 전혀 못 읽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공신이 되려는 한동훈. 스스로 토사구팽(兎死狗烹) 되기를 자처하며 묘를 파고 있어 검찰 선배인 필자로서는 참으로 안타깝다. 한 대표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를 사퇴시킬 몫은 국민과 당원에게 있다.
정준길 법무법인 解 대표변호사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