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남편이 妻 시신 방치한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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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자택의 소재지인 미국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페더 재럴 수석 검시관은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95세였던 해크먼의 사인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65세였던 아내는 한타바이러스와 폐 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수사 당국은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지는데, 감염시 독감과 비슷한 발열과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내의 이메일과 기타 활동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아내가 지난달 11일 이후 먼저 숨지고 일주일 가량이 지난 뒤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치매로) 아내의 사망 사실을 인지 못하던 해크먼도 18일 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들 부부와 반려견은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산타페 자택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겨줬다. 자택에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어 수사 초기에는 사망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독성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서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1930년 생인 해크먼은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시작을 알린 아서 펜 감독의 1967년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남자 주인공 '클라이드'(워렌 비티)의 친형으로 동생의 범죄 행각에 동참하는 '벅' 역을 맡아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연기력을 처음 인정받은 뒤, 1971년작 '프렌치 커넥션'과 1992년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차례로 거머쥐며 대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선 굵은 감정 연기를 앞세워 액션과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누빈 고인은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2004년 코미디물 '웰컴 프레지던트'를 마지막으로 연기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소설가로 전업해 역사 소설 4권을 출간했으나,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아내와 자택에서만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