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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뮤지컬로 담아낸 멕시코 희비극 ‘에밀리아 페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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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3. 11. 13:44

성 전환 수술로 여자가 된 멕시코 카르텔 수장의 인생 2막 그려
트랜스 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등 출연진 호연 돋보여
주인공 과거 발언 논란 '옥에 티'…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에밀리아 페레즈
12일 개봉하는 '에밀리아 페레즈'는 멕시코 범죄조직 수장이었지만 성 전환 수술을 받고 자애로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에밀리아 페레즈'(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왼쪽)와 그를 돕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의 복잡미묘한 우정을 그린다./제공=그린나래미디어
성공에 목 마른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는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비밀 제안에 멕시코 카르텔의 악명 높은 두목 '델 몬테'를 만나러 간다. '델 몬테'는 "남은 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면서 '리타'를 상대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 모르게 성 전환 수술을 받게 해 달라고 의뢰한다. 또 아내 '제시'(셀레나 고메즈)와 두 아이는 라이벌 갱단의 보복을 피하는 차원에서 스위스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고심 끝에 제안을 받아들인 '리타'는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한결 윤택해진 삶을 살던 중, '에밀리아 페레즈'(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란 이름의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델 몬테'와 재회한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리타'에게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 날 고모로 소개해달라"며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 뒤, 시카리오(암살자)에게 살해당해 암매장당한 사람들의 시신 찾는 일을 함께 하자고 제의한다.

12일 개봉하는 '에밀리아 페레즈'는 잔인무도하기 짝이 없는 범죄조직의 수장이 여성으로의 성 전환 수술을 받는다는 설정부터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프랑스 감독이 뮤지컬 형식을 빌어 멕시코 사회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범죄의 상흔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고위층 부패를 고발하며 악의 구원과 가족의 끈끈한 굴레를 소리 높이 부르짖는다. 음식으로 치면 '김·피·탕'(김치·피자·탕수육을 한데 섞은 음식명)에 가까울 만큼 매우 이질적인 조합이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출연진의 호연에서 찾을 수 있겠다. 실제로도 트랜스젠더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성의 경계를 뛰어넘는 양면적인 연기로 완벽하게 극을 장악한다. 우리에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콜롬비아나' 등으로 익숙한 조 샐다나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으로 관객들을 안내하는 일종의 화자 역할을 맡아, 자칫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들 사이에 균형감을 더한다. 또 뮤지컬이지만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진행하는 성스루(Sung-Through) 방식 대신, 대사 위주로 노래와 춤을 최소화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선택도 뮤지컬에 다소 낯설어할 수 있는 관객들의 몰입을 거든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에 내뱉었던 여러 인종·종교 차별적 발언들로 뒤늦게 구설수에 휘말려 작품의 완성도에 흠집을 낸 것은 그래서 더욱 아쉽다. 지난해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최다인 13개 후보를 배출했지만, 달랑 여우조연상(조 샐다나)과 주제가상에 그친 배경에도 이 같은 논란이 어느 정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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