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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조태열, 日과 인터뷰…“정쟁 국경에서 멈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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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현 기자

승인 : 2025. 03. 22. 17:13

아사히신문 인터뷰 “日 먼저 상처 헤아리는 손길 내밀길”
“한중관계 우려 가라앉을 것…양국 노력해야”
"북미대화 대비…코리아 패싱은 없어"
악수하는 한일 외교장관<YONHAP NO-2919>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이야와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22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계엄령 선포가 국제사회를 놀라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포 후 즉시 해제되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우려한 만큼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정상외교의 공백이 초래한 손실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까지는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최대한 그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저도 외교장관으로서 가능한 한 광폭 외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지난 17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쟁은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80여 년 전 아서 반덴버그 미 상원의원의 명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말했다. 외교 문제를 정쟁에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다음은 조 장관과의 일문일답.

▷2021년 발간 저서 '자존과 원칙의 힘'에서 1979년 당시 스노베 료조 주한대사와의 일화를 언급하셨다. 대일 외교의 원점이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일의 기본적인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당시 스노베 대사가 새내기 외교관인 제게 보여주셨던 배려와 진심 어린 태도 속에 한일관계의 밝은 미래로 가는 열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국민이 먼저 과거사로 인한 우리 국민의 아픈 상처를 헤아리는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 국민은 분명히 그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더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한일 양국은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소중한 협력 파트너다. 특히 지정학적 환경이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 하에서 양국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양국 국민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은 한국을, 한국 정부와 정치인은 일본을 어떻게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양국 정치인들의 공동 비전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실이 기대에 못 미치는게 아닌가 싶다. '정쟁은 국경에서 멈춰야 한다'는 80여 년 전 아서 반덴버그 미 상원의원의 명언을 새겨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관계는 개선되었으나, 향후 한국의 정국이 어떻게 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강제징용 문제의 제3자 변제 등 윤석열 정부의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가 될 것인지. 만약 정권이 바뀔 경우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2023년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해법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그 이후 우리 정부의 입장 및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으로서 현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양국 최고법원의 판결이 상충하고 있고 1965년 한일협정 체제와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의 불일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은 지난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2018년 대법원 판결 피해자 15분 중 14분이 판결금을 수령하셨을 만큼 제3자 변제 해법이 당사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있으면 이 해법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국민도 한 배를 탔다는 심정으로 우리의 노력에 동참해 주시길 기대힌다."

▷작년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 간 엇갈림도 있었는데, 향후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양측이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협상을 마무리해 놓고 주요 합의사항인 추도식을 원만히 치르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추도식에 불참한 것이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때문이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측 추도사 내용이 우리가 등재 협상 과정에서 국내 비판을 무릅쓰고 어렵게 합의한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의미 있는 추도 행사를 함께 개최할 수 있길 기대한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신 선언'의 필요성 등도 포함하여 한국 정부로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이신지.

"양국 관계는 지난 60년 동안 크고 작은 부침 속에서도 실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국교정상화 당시 2억 불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액은 작년 775억 불로 380배 이상 증가했고, 만 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는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양국 정부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남산서울타워와 도쿄타워 점등 행사를 시작으로 양 국민이 관계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연중 내내 개최될 예정이다.

'신 선언'문제는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와 연계 하에 검토될 사안인 만큼 우리 국내 정치 상황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일본 정부와 함께 추진 여부를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

▷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의 주요 테마와 목표는?

"한일중 협력은 그동안 환경, 디지털 전환 등 3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초국경적 과제와 인적, 문화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어 왔다.

이번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는 작년 5월 4년반 만에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정상회담을 통해 어렵게 복원된 3국 협력의 모멘텀을 살려, 지난 정상회담 이후의 진전 사항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3국 협력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협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 국제정세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인태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3국 협력의 기여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한일중의 틀을 어떻게 살려나갈 생각인지.

"한일 양국은 공히 미국과 동맹국이면서 중국과도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에 따른 지정학적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기술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경제와 안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라 그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는 미중 전략 경쟁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이 있고, 그러한 관점에서 한일중 협력의 틀이 유용한 기제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일중 협력이 미중 경쟁의 충격을 완화하고 한미일 협력과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 한일 양국이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견인해 나가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을 두루 감안해 앞으로 한일중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소다자 협의체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경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한미일 관계 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한미일 협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중시한 정책이고, 2기에 들어와서도 이런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최근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등 여러 계기에 재확인한 바 있다.

한미일 협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으나, 한미일 협력이 인태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기제라는 데에는 3국 간 확고한 공감대가 있고 국민적 지지도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이 대화 제의에 즉각 호응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기 때문에 미북 대화가 개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미북 대화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와 긴밀한 공조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동안 이런 입장을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한 여러 계기에 미측에 분명히 밝혔고, 미측도 대북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해 온 만큼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는 작년에 미측과 상호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어 이미 협정이 발효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법적 안정성의 토대 위에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만약 미국이 증액 요구를 해 올 경우에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우리의 포괄적 기여 수준과 규모가 얼마나 높고 큰지 그 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균형된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한중관계는 그동안 딱히 원활하지는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현 상황에 대한 인식 및 향후 방침은?

"윤석열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대중 외교 기조를 토대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 초기 양국 관계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작년 두 차례 정상급 회담과 세 차례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금년 초 국회의장 방중 등 고위급 소통과 교류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중 양국은 금년과 내년에 각각 APEC 의장국을 맡게 되어 이를 매개로 협력을 이어 나가자는 데 양국 정부 간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 개선의 흐름은 지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비상계엄 등을 둘러싸고 보수층 사이에서 반중, 혐중 감정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국내 일부의 반중 정서로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국내 정국이 안정되면서 차차 가라앉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중 양국 정부도 이러한 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한국의 신용이 손상되고 외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장관님께서도 그런 관점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셨다고 들었는데, 실제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계엄령 선포가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고 우리 외교와 경제에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지만 선포 후 즉시 해제되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우려한 만큼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정상 외교를 할 수 없게 된 영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상외교의 공백이 초래한 손실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까지는 권한대행 체제하에서 최대한 그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저도 외교장관으로서 가능한 한 광폭 외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신뢰 회복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지.

"다행히 제가 외교 현장에서 느낀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강인함과 복원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기대가 우려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는 어려울 때 친구가 되어 준 일본과 같은 우방국들의 성원과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빌려 우리 국내 상황이 매우 어려웠던 지난 1월 일본 내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방한해 주신 이와야 외무대신의 우정과 용단에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홍채완 인턴기자(chaewan21@naver.com)
정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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