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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P 가운데 국내 유통업계에서 공을 들이는 분야는 마지막 P, 즉 '프로모션'이다. 비좁은 시장에서 남들보다 두각을 보이기 위해선 광고와 홍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업이 많다. 많은 유통기업들이 '스타 마케팅'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학 원서에 나오는 3C와 4P 얘기를 꺼낸 건 배우 김수현 논란 때문이다. 창립 28주년을 맞아 김수현을 전면에 내세운 홈플러스, 그리고 그를 모델로 선택한 여러 브랜드는 '톱스타 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수현의 과거 사생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김수현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고 일부 브랜드는 계약 해지와 광고 중단, 콘텐츠 삭제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해야 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스타가 브랜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허탈해했다.
스타 마케팅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잘 되면 그 어떤 수단보다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이유, 임영웅, 손흥민처럼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이들이 등장한 광고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실제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잘못되었을 때 부담해야 할 리스크도 엄청나다. 스타 개인의 논란이나 사회적 이슈는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고액의 모델료뿐 아니라 광고 제작비, 콘텐츠 유통비, 위기 대응 비용까지 브랜드가 모두 떠안아야 하니 마케팅 투자 대비 리스크는 결코 작지 않다. 그렇다고 스타 마케팅을 손절할 수 있을까. 현실은 냉정하다. 감성적 호소력과 고객 접점이 핵심인 유통업계에서는 여전히 '얼굴 있는 마케팅'의 매력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쓰나미처럼 유통업계를 덮친 '김수현 논란'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마케팅의 기본을 생각해본다. 마케팅의 본질은 '설득력'에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유명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맞는 사람'을 고르는 전략적 선택이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광고 모델의 유명세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누구'와 '왜' 함께 하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유통업계가 고민해야 할 것은 광고 모델이 아닌 브랜드의 진짜 '얼굴'이다. 진정한 설득력은 결국 유명인이 아닌 브랜드 스스로의 정체성과 메시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