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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방송에 폭탄 투하 이스라엘 ‘제공권이 모든 것’ 전승 원칙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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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6. 17. 05:42

이스라엘군, 대피령 발령 1시간 후 이란 국영방송에 폭탄 투하
최소 사망자, 이란 224명 이스라엘 24명
이스라엘, 제공권 장악
고가 미사일·신형 전투기 대신 구형 전투기로 테헤란에 폭탄 투하
IRANIAN-ISRAELI WAR
15일 저녁(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의 한 정유공장에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UPI·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이란 국영방송인 IRIB이 16일 오후(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생방송을 중단했다.

공습 1시간 전에 현지 주민에 대해 대피 경고를 내린 지 이뤄진 이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전쟁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Mideast Israel Iran State TV
차도르 복장의 이란 여성 앵커가 16일(현지시간) 테헤란 RIB 스튜디에에서 생방송을 하는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AP·연합
◇ 이스라엘군, 주민 대피령 발령 1시간 후 이란 국영방송에 폭탄 투하, 생방송 중단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는 차도르 복장의 여성 앵커가 생방송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던 중 폭발음이 들렸고, 곧이어 스튜디오에 짙은 회색 연기가 차오르고, 천장 일부가 무너지자 놀란 앵커가 대피하고, 방송국 직원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송출이 중단되는 모습이 담겼다.

이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께 이란 테헤란 북부인 3구에 있는 IRIB 방송국 본사가 두 차례 공습당했고, IRIB 본사 건물은 폭격으로 큰불이 났다. AP통신은 방송국 건물이 4개의 폭탄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IRIB는 곧 사전 녹화된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방송을 재개했고, 여성 앵커는 다른 스튜디오에서 다른 앵커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폭발된 스튜디오에 기자들의 시신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이란 정권의 선전·선동 방송 기관이 이 지역 주민들이 광범위하게 대비한 후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란 독재자들이 어디에 있든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공습 약 1시간 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페르시아어로 "이스라엘군은 앞으로 몇 시간 내로 테헤란 3구 지역에서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작전을 펼 것"이라고 현지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발령했다.

대피 경고가 내려진 테헤란 북쪽의 3구는 IRIB와 경찰 본부, 그리고 대형 병원 3곳이 있는 테헤란 중심부로 주민은 최대 33만명이라고 AP는 전했다.

3구에 남서쪽으로 인접한 2구에 있는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이날 오전 "이란 정세와 상황을 감안해 추후 별도 공지 시까지 영사민원실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테헤란 상공을 비행하던 자국군 전투기가 테헤란 비행장에 계류 중이던 F-14 전투기 2대를 공격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 13일부터 진행된 '일어서는 사자 작전' 전과와 관련, "50대 이상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 120개가 넘는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며 "이는 이란 정권이 보유한 발사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란도 이날 약 100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추가 보복 공격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MBO-IRAN-ISRAEL-NUCLEAR-CONFLICT
이란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135마일(217km) 떨어진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 시설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전 (위)과 공습으로 여러 건물이 파괴된 후인 14일의 모습으로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찍은 사진./AFP·연합
◇ 이란인 사망자 최소 224명...이스라엘인 최소 24명 사망
이스라엘, 이란 제공권 장악...고가 미사일·신형 전투기 대신 구형 전투기로 테헤란 상공에 폭탄 투하

이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양국 간 공습전으로 최소 224명의 이란인이 사망했다고 이란 보건부 대변인이 전날 저녁 밝혔다. 하지만 비정부 모니터링 그룹에 따르면 이란인 총사망자 수는 400명은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 수는 최소 24명이다.

이러한 사상자 수의 차이는 이스라엘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이란의 영공을 장악: 러시아가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라는 기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서 나타난 힘의 불균형은 제공권 우위의 중요성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거대한 공군을 가지고도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보면서 장기화하고 있는 참호전 속에 갇혀 있는데,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 개시 48시간 만에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서부 지역의 제공권을 확보, 값비싼 장거리 미사일 대신 전투기로 이란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중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는 테헤란으로 향하는 공중 경로를 완성해 공중 돌파 전투를 수행했다"며 "이스라엘 공군(IAF) 조종사들이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목숨을 건 비행을 하면서 수백 개의 다양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3일 공습 초기 자국이 개조한 5세대 스텔스기 F-35를 동원했지만, 이란의 방공망이 대부분 제압된 지금은 F-15·F16 등 구형 전투기로 미사일보다 저렴하고, 훨씬 더 많은 단거리 합동정밀직격탄(JDAM·제이댐)과 스파이스 유도 폭탄을 투하해 파괴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이스라엘의 이란 내 작전에는 전통적인 지상전이 없다는 차이는 있지만, 이 두 전쟁은 전쟁 기획자들이 수십년 동안 알고 있던, '제공권이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영국 공군 작전을 지휘했던 마틴 샘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중동사무소 소장(예비역 중장)은 "이스라엘이 이제 모든 공격 무기를 더 대량으로, 더 효율적으로, 더 넓게, 그리고 (목표물에 따라) 분산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이스라엘 입장에서 볼때 이번 작전의 목표는 파괴와 약화인데, 이란에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대한 연합군의 항공작전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뎁툴라 미국 예비역 공군 중장은 "두 작전은 전체적인 군사 목표의 성공을 위해 제공권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경우 이란 일부 지역에 대한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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