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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머니마켓, 해법은]주가하락 부르는 ‘뜬금포 유상증자’… 애꿎은 개미들만 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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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 박주연 기자

승인 : 2025. 06. 17. 18:00

한화에어로·삼성SDI 등 발표에 눈총
목적·세부사항 따라 주가 흐름 엇갈려
유상증자 전후 투자자들과 소통 필요
올해 들어서만 10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 하락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등 코스피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주요 기업 3곳이 '조 단위'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손실은 더욱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주주권익 훼손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 건에 대해 칼을 빼 들었음에도 개미들의 피해를 야기시키는 행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인식되는 만큼, 투자자들에게 유상증자 계획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시장의 이해를 도와야 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에서 이 같은 작업이 부족해 주가 하락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특히 '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처럼, 오너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소액주주의 피해사례까지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전후로 투자자들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KG모빌리티, 삼성SDI, 에코프로머티, 포스코퓨처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코스피 200에 포함된 주요 상장 기업 5곳이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는 7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공시된 유상증자 규모는 10조9259억원이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유상증자 규모인 10조3803억원을 넘어섰다.

유상증자란 기업이 신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상장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로 꼽히지만, 발행 주식 수와 유통 물량 등이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나 주당 순이익(EPS) 등이 희석되는 까닭에 주식시장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주가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특정 기업의 지분을 더 잘게 쪼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단행되는 유상증자의 경우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읽히기도 한다"며 "이를테면 고객사의 물량 확대 요청 등에서 발생한 재원 마련은 성장성 제고 측면으로 해석되며 주가에 좋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유상증자가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 사례는 부정적인 사례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프앤가이드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유상증자를 공시한 코스피 기업 299곳(일반공모·주주배정방식 기준, IPO 제외)의 주가를 취합한 결과, 81.3%에 달하는 243곳의 종가가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 하락했다. 이는 최근 유상증자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30일 MBK파트너스·영풍과의 분쟁 중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자금조달 계획에 공시 직후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공시 당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4% 하락했으며, 다음 날 추가로 7.68% 하락하며 이틀 만에 총 35.3%나 빠졌다. 결국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지만,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이수페타시스의 주가 역시 같은 해 11월 8일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이후 22.68% 급락했다. 비상장사 제이오(JO)의 인수를 통해 본업과 관계없는 2차전지 사업에 신규 진출하겠다는 계획에 적정성 논란 등이 빚어진 탓이다. 시장의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미비점을 지적하고 나섰고, 이에 이수페타시스는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유상증자 규모도 축소했다.

올해 조 단위의 대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지난 3월 20일 국내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13.02%나 빠졌다. 방산·우주·무인기 사업 확대 및 M&A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자금조달 방식에 있어 굳이 유상증자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만큼 '오너 승계 작업을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한화 오너 일가가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고, 자녀소유의 회사에 지분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을 증여세의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 역시 당시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유상증자 발표 이후 모회사(한화)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는데, 해당 그룹 총수가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자본시장이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각각 2조원과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5% 안팎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라고 해서 다 같은 유상증자는 아니다"라며 "유상증자의 목적과 세부사항에 따라 주가 흐름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전후로 투자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유상증자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공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평소 단기현금흐름 계획이나 자금 확충의 필요성 등을 밝히며 시장의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은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면서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에도 회사의 설명이 미비하다고 생각되면 제3의 전문가 의견을 더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은 경영상의 불확실성 대응이나 유동성 확보 등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이나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자금조달의 필요성 및 다른 조달 수단과의 비교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투자자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유상증자의 방식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에 더욱이 경영진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투명한 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정 기자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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