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유럽·아시아 동맹국 국방비 기준, GDP의 5%"
트럼프 "5%, 미국은 예외"
나토, 순국방비 3.5%+국방 인프라 1.5%=5% 구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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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자 7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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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방위비를 GDP 대비 기존 요구액인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콜비 차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3월 청문회에서 일본이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GDP의 2%로 증액하는 현행 계획은 명백하게 불충분하다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3%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조잡한 논의를 할 생각은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본의 2025년도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고, 2027년도에 2%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약 2.7%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2+2를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FT에 7월 20일에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5%로 올리는 것은 재원 확보 측면에서 전망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이시바 정부와 여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분석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리는 "미국 측으로부터 방위비 증액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고, 2+2는 일정 조정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정부 고위관리는 "일본만 증액 요구를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경계심을 나타냈다고 일본 최대 일간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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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대해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는데, 북한은 말할 것도 없이 유럽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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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총리 "5% 목표, 불합리·역효과, 스페인 제외해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나토 회원국이 GDP 5% 수준의 국방비를 써야 한다고 재차 압박하면서 미국은 예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국방비는 약 3.4%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서약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방비가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원국이 있는 나토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실현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9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GDP 5% 목표가 불합리하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1.24%로 32개국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올해 말이 돼야 현행 기준선인 2%를 처음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벨기에·캐나다·프랑스도 내부적으로는 GDP 5%라는 목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나토, GDP 대비 순국방비 3.5%+국방 인프라 1.5%=5% 구상 추진
하지만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나토 내 국방비 증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폴란드 등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에 가까운 국가들뿐만 아니라 독일·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도 5% 목표에 동의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에 나토 회원국이 순수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하고, 나머지 1.5%는 도로·교량·항구·비행장 등 군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 등이 알렸다.
다만 GDP의 1.5% 추가 지출과 관련, 뤼터 사무총장과 나토 회원국들은 군대의 전선 배치에 사용되는 인프라와 방위산업 구축, 공격 대비 시설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이버 보안과 하이브리드 전쟁 대응에 대한 투자도 포함될지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뤼터 사무총장이 어떻게 1.5%를 도출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AP는 지적했다.
5%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을 두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군사 기획가들은 러시아군이 5~10년 이내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나토의 달성 목표 연도는 2032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합의에 목표 시점이 명시돼야 한다며 10년은 너무 길다고 주장하고, 이탈리아는 10년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