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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신기준 GDP 5% 미 압박에 유럽·아시아 동맹들 반발·수용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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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6. 22. 08:18

FT "일본, 국방비 GDP의 3.5% 요구에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 취소"
미 국방부 "유럽·아시아 동맹국 국방비 기준, GDP의 5%"
트럼프 "5%, 미국은 예외"
나토, 순국방비 3.5%+국방 인프라 1.5%=5% 구상 추진
ADVANCE TO GO WITH STORY NATO Summit Spending
2019년 12월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교외 왓퍼드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왼쪽부터)·옌스 스톨텐베르크 당시 나토 사무총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비 대폭 증액 압박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본 등 아시아 동맹들의 반발과 수용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자 7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미·일 외교·국방 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일 정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왼쪽)가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 FT "일본 정부, 국방비 GDP의 3.5% 대폭 증액 요구에 미·일 외교·국방 장관 회의 취소"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 측에 방위비를 GDP 대비 기존 요구액인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콜비 차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3월 청문회에서 일본이 방위비를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 GDP의 2%로 증액하는 현행 계획은 명백하게 불충분하다면서 가능한 한 조기에 3%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의 방위비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조잡한 논의를 할 생각은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본의 2025년도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고, 2027년도에 2%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방비는 GDP의 약 2.7%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2+2를 취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FT에 7월 20일에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5%로 올리는 것은 재원 확보 측면에서 전망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이시바 정부와 여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새로운 마찰 요인이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분석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관리는 "미국 측으로부터 방위비 증액을 요구받은 사실이 없고, 2+2는 일정 조정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정부 고위관리는 "일본만 증액 요구를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경계심을 나타냈다고 일본 최대 일간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했다.

헤그세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5월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제22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
◇ 미 국방부 "유럽·아시아 동맹국 국방비 기준, GDP의 5%"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대해 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우리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는데, 북한은 말할 것도 없이 유럽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적게 지출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NATO Summit Spending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국기들이 4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 게양돼 있다./AP·연합
◇ 트럼프 "나토 회원국 국방비, GDP의 5% 돼야...미국은 예외"
스페인 총리 "5% 목표, 불합리·역효과, 스페인 제외해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나토 회원국이 GDP 5% 수준의 국방비를 써야 한다고 재차 압박하면서 미국은 예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국방비는 약 3.4%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서약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방비가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원국이 있는 나토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실현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9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GDP 5% 목표가 불합리하며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지난해 스페인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1.24%로 32개국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올해 말이 돼야 현행 기준선인 2%를 처음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벨기에·캐나다·프랑스도 내부적으로는 GDP 5%라는 목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나토, GDP 대비 순국방비 3.5%+국방 인프라 1.5%=5% 구상 추진

하지만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나토 내 국방비 증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폴란드 등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에 가까운 국가들뿐만 아니라 독일·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도 5% 목표에 동의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에 나토 회원국이 순수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하고, 나머지 1.5%는 도로·교량·항구·비행장 등 군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 등이 알렸다.

다만 GDP의 1.5% 추가 지출과 관련, 뤼터 사무총장과 나토 회원국들은 군대의 전선 배치에 사용되는 인프라와 방위산업 구축, 공격 대비 시설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이버 보안과 하이브리드 전쟁 대응에 대한 투자도 포함될지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뤼터 사무총장이 어떻게 1.5%를 도출했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AP는 지적했다.

5%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을 두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군사 기획가들은 러시아군이 5~10년 이내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나토의 달성 목표 연도는 2032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합의에 목표 시점이 명시돼야 한다며 10년은 너무 길다고 주장하고, 이탈리아는 10년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고 AP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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