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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0번 넘는 오작동·고장에도 여전히 휴전선 지키는 레일 감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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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5. 06. 23. 06:00

방사청 신속시범사업 통해 2021년 말 도입, 2024년 6월 부적합 판정
해군·해병대는 철거 요청…육군 5사단은 여전히 사용 중
육군, 경계력 보강 위해 보조수단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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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이 휴전선 남방한계선을 따라 이어져있다. 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은 즉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경사지에 신속히 기동해 감시할 수 있다. /육군
군이 신속 시범 사업을 통해 도입했던 '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이하 감시시스템)'이 과도한 오작동과 시스템 불량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 중인 중서부전선을 방어하고 있는 육군 5사단에선 이 감시시스템을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과의 최접점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GOP의 경계시스템에 자칫 구멍이 생길 여지가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6월 신속 시범 획득 사업 제도를 통해 '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을 구매해 군에서 시범 운용해왔다. 감시시스템은 경계지역에 설치된 레일 위를 따라 로봇이 움직이며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장비를 말한다. 방사청은 총 사업비 30억1400만원을 투입해 육군 5사단, 해군 인천기지방호대대, 해병대 9여단에 각각 감시시스템을 설치했다. 당시 방사청은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감시·경계 병력을 대체하고, 24시간 쉼 없는 감시 임무를 통해 경계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속 시범 사업기간이 지난해 6월 종료되면서 해군 인천기지방호대대와 해병대 9여단에서는 감시시스템 철거를 요청했다. 군 당국이 감시시스템을 부적합 판정했기 때문이다. 부적합 판정 이유는 △관제시스템(감지 경보 수신 불가) 성능 미흡 △통신·보안(블랙아웃 영상 전송) 성능 미흡 △상시 운용(바퀴 이탈, 고장, 소음 등) 제한 등이었다.

이 같은 사업 부적합 판정 이후에도 육군 5사단은 '이동식 레일 로봇 감시시스템'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5사단은 신속 시범사업을 통해 2023년 10월 말 감시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해왔다. 육군 최초로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한 5사단은 시범사업이 종료된 이후인 지난해 5월 경기도 연천의 열쇠전망대로 기자들을 불러 운용 중인 경계 시스템들을 선보였다. 당시 5사단은 도입 초기엔 오작동 등 여러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AI를 탑재한 완벽한 감시·감지를 통해 적의 지상침투 위협을 통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장비 오작동은 도입 초기만이 아니라 지속 발생했다. 유용원 의원실이 육군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범 운용을 시작했던 2023년 10월 27일부터 올해 5월 말 현재지 약 20개월간 42차례나 오작동·시스템 불량을 일으켰던 것이다. 시범기간인 지난해 4월 26일까지 총 27회나 오작동과 시스템 불량으로 정비를 받았고, 시범기간이 종료된 이후(2024년 4월 27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에도 15번이나 추가적으로 정비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각군의 물품관리요령에 근거 시범사업 종료(판정) 후 대부분의 시범운용장비(부적합 판정 장비 포함)는 군에서 운용(교육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부적합 판정을 받고도 철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감시시스템은 계약특수조건 제54조에 따라 수요군의 회수, 철거 및 폐기 요청이 있는 경우 계약업체는 수요군과 협의해 설치(납품) 전 상태로 원상복구를 실시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육군도 해당 시스템을 육군 GOP부대 일부 구간에 시범운용해, 군사적 활용성 여부를 확인했고 일부 요구성능이 충족되지 않았으나, 철거 전까지 작전지역 및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감시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GOP가 북한과의 최전선인 만큼 일부 부족하지만 경계력 강화에 효용성이 있다는 현장 지휘관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군사적 활용성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보조수단으로서 기존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추가로 운용해 경계력을 보강하고 있다"며 "철거시기는 향후 전력화 계획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범운용 구간 내 GOP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계력이 절실히 강화돼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미흡한 장비는 더욱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용원 의원은 "이동식 레일로봇 감시시스템이 5사단 과학화 경계작전의 메인 장비는 아니지만, 시범기간 동안 감지 경보 수신과 영상 전송 성능 미흡 등 잦은 오작동을 일으킨 이력이 있어 현행 경계작전에 이를 활용하는 데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비록 시범사업의 일환이라 할지라도 국가안보의 최전선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최전방 부대의 감시 시스템은 신중을 기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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