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살 행위"
세계 원유·천연가스 운송량 20% 통과...한국 수입 중동산 원유 99% 통과
이란 기뢰·미사일·헬기·순찰선 목표 겨냥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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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의회(마즐리스)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란 정권의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 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결...최종 결정 최고국가안보회의...미 "자살 행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등 여러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하면서 이란의 가장 중요한 석유 수입국인 중국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지 않도록 '전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것은 이란인들 입장에서 자살 행위"라며 "이란의 전체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돌아가고 있다. 그것(해협 봉쇄)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협 봉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지만, 이란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한정적이고, 과거 대응 등을 감안하면 의회의 의결이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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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유조선에 무전 연락 원유 적재량·출발 및 목적지·선주 신원 등 질문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100마일(161㎞), 좁은 곳은 폭이 21마일(33.8㎞ ) 정도에 그치지만 페르시아만을 인도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로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에 위치한 이 해협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에서 원유를 200만배럴 운송할 수 있는 수십 척의 대형 유조선이 통과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유조선 운영사 스테나벌크의 에릭 하넬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자사 3척에 대한 위협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폭격으로 인해 항해 시스템에 많은 방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무전으로 원유 적재량·출발 및 목적지·선주 신원 등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LNG도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S&P 글로벌원자재인사이츠(GCI)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평균 원유량은 하루 1320만배럴이고, 세계 수요 약 1억배럴의 13%를 넘는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NG의 80% 이상이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시장을 향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이 페르시아만에서 하루 약 53만2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해협 봉쇄가 미국 경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미국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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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16만5000~17만8800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씨티그룹도 "호르무즈 해협의 어떤 형태의 봉쇄든 급격한 유가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해협 봉쇄시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12만3800원) 안팎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호르무즈 해협, 이란 기뢰·미사일·헬기·순찰선 목표 겨냥 용이...이란, 전면 봉쇄한 적 없어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선박이 기뢰 공격에 노출되기 쉽고, 폭이 좁은 곳은 이란 해안선에 근접해 있어 이란의 미사일·헬기, 그리고 혁명수비대 순찰선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란은 잠수부들이 목표 선박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의 '림펫 기뢰', 부력과 중력을 이용해 수면 바로 아래에 있다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 기뢰',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목표물이 접근하면 부상해 폭발하는 최신식 '침저기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다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 등으로 이곳의 통항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지만 전면 봉쇄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등 서방의 대이란 제재 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나왔지만 현실화하진 않았다.
스티븐 쇼크 쇼크그룹 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 고객인 인도와 중국 두 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