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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점유율 싸움… 현대차·기아, 美관세에도 7월 판매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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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08. 04. 17:39

코로나때 美스텔란티스가 남긴 교훈
고가전략에 소비자 외면 점유율 잃어
트럼프 15% 룰 대응, 북미시장 전략
가격인상 대신 '점유율 확대'에 초점
자동차 산업에서 가격 전략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등했던 미국 시장에서 스텔란티스는 지프와 램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밀어붙이며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2021년부터 2년여간 차량 가격은 경쟁사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고, 이는 단기적인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주력 고객층이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북미 시장 점유율은 13%에서 7%대로 곤두박질 쳤다. 결국 지난해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올해 들어 적자로 전환됐다. 급격한 가격 인상이 오히려 시장 기반을 무너뜨리는 '고급화의 함정'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교훈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지 해석하는 데도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전년 대비 미국 내 자동차 수요가 8%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점유율 확대를 우선하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을 자체 흡수하면서도 미국 소비자 신뢰를 놓지 않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15만73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8만6230대를 팔아 14.4% 늘었고, 기아 역시 11.9% 증가한 7만1123대를 판매했다.

특히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등 SUV 차종의 선전이 이번 판매량 상승에 밑바탕이 됐다. 싼타페는 57.2% 증가해 1만4128대 팔렸고, 팰리세이드 판매량은 1만32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5% 늘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공개된 팰리세이드 완전변경 모델까지 하반기 중 판매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현대차의 SUV 선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지난달이 '비관세 재고'가 바닥난 이후 맞이한 첫 달이었던 만큼 현대차와 기아 판매실적에 관심이 높았던 상황.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4월 초 25%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기 전 미국 현지로 재고 물량을 대거 이동시킨 바 있다.

더 주목할 만한 지점은 시장 점유율이다. 양사의 7월 점유율은 11.5%로, 전년 동기보다 0.6%P 상승했다. 특히 현대차의 점유율은 6.3%로, 월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양사는 평균 11%대 초반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GM·포드·토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닛산 등 재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가격 안정 전략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양새다.

'15% 관세'에 따른 비용은 2조5000억~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자체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실제로 가격 인상이 이뤄진다 해도,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텔란티스 사례처럼 급격한 가격 인상은 수익성 측면에선 우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번 떨어진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고도화된 제품 및 브랜드 전략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내 판매 차량 중 멕시코·캐나다산 비중이 낮다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을 줄이는 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을 섣불리 단행하긴 어렵다"며 "결국 관세 부담을 흡수하면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예측 불가능했던 외부 경영 환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만큼, 무리한 가격 인상보다는 유불리를 섬세하게 따져가며 점유율 방어와 수익성 사이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한미 무역 협상 타결과 관련해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이 프레임워크는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한국의 디자인·엔지니어링·생산 부문과 미국의 생산시설 간 원활한 협업을 유지한다"고 남겼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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