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난 주베트남 韓대사관 직원” 사칭, 78명에 취업 사기…‘한국행’ 미끼 여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0010009335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8. 20. 09:37

2024122001001930500119841
농작업 중인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영주시
자신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일한다며 한국 취업을 미끼로 거액을 가로챈 베트남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20일(현지시간) 베트남법률뉴스 등에 따르면 하노이시 인민법원은 지난 18일 사기와 재산 횡령 혐의로 기소된 H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H씨는 2023년 말부터 2024년 5월까지 78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48억동(약 2억 6000만원) 이상을 가로챘다.

H씨는 지난 2023년 8월, 해외로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중개업자 T씨에게 자신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근무한다면서 "베트남인들을 한국에 계절 노동자로 파견할 수 있다"고 접근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농장에서 10개월간 일하며 월 5000~6000만동(약 265~318만원)을 벌 수 있다"면서 1인당 1억 200만동(약 54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여권 등 각종 서류 준비에 필요한 200만동(약 10만원)을 포함한 6200만동(약 328만원)을 먼저 납부하고 나머지 4000만동(212만원)은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후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이었다.

H씨의 말을 믿은 T씨는 구직자들을 모집했다. T씨는 76명의 구직자들로부터 68억동(3억 6108만원)이 넘는 돈을 모아 그중 46억동(2억 4426만원) 이상을 H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약속된 출국일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고 뒤늦게야 H씨가 대사관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T씨는 H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부만 돌려 받았고 결국 피해를 본 구직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은행에 담보로 잡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씨의 사기 행각은 베트남에서 만연한 '한국행 취업 사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높은 급여와 간편한 절차를 내세우며 한국 계절 근로자를 모집한다는 허위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간의 큰 임금 격차로 인해 베트남 지방에는 여전히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베트남 청년들이 많고, 복잡한 절차를 피하려는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지방 정부는 직접 나서서 주의보를 발령했다. 베트남 중부 하띤성 내무국은 "최근 SNS에 한국 계절 근로자 모집 광고가 성행하고 있지만 하띤성은 현재 한국의 어떤 지방자치단체와도 공식적인 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SNS 광고를 믿지 말고, 사기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당국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고용허가제(EPS)와 같은 검증되고 합법적인 경로를 이용해야 한다"면서 "빨리 나가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