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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앞둔 말레이 곳곳서 ‘국기 게양 실수’…인종 갈등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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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승인 : 2025. 08. 20. 11:22

거꾸로 게양한 국기 등 논란
페낭서 보수정당 항의 집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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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기 잘루르 게밀랑./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오는 8월 31일 독립기념일을 앞둔 말레이시아 곳곳에서 국기 '잘루르 게밀랑' 게양과 관련된 실수가 포착돼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인종 갈등 우려까지 나온다.

18일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믈라카주 한 건물 외벽에 거꾸로 걸린 잘루르 게밀랑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현지 정부는 국기가 바람에 날리면서 뒤집힌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기를 거꾸로 둘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사서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하면서 국기 게양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기 게양 실수를 국가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며 강경 조치를 요구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하피드자 여성정당 부대표는 잘못된 방식의 국기 게양 문제에 대해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해 더 이상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기 게양 문제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다수가 거주하는 페낭주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보고된 국기가 거꾸로 걸린 사례 38건 중 17건은 페낭주에서 발생했다.

지난 9일 페낭주의 한 철물점 외부에 거꾸로 걸린 국기를 찍은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졌다. 경찰은 59세 상점주를 체포했다. 그는 "깃대 길이를 재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슬람 보수정당 UMNO의 무하맛 아크말 살레 청년단장은 14일 지지자 약 200명과 함께 해당 철물점까지 행진하며 항의 집회를 강행했다.

아크말 청년단장은 "잘루르 게밀랑을 존중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며 "국기가 거꾸로 걸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페낭주의 중국계 다수 정당인 DAP 소속 스티븐 심 치 켕 의원은 "독립기념일이 다가오는 지금은 분열이 아닌 단합을 강조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UMNO가 항의 집회를 통해 국기 게양 실수를 정치적 소재로 삼고 있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긴장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69년 5월 13일 말레이계 주민과 중국계 주민 사이의 유혈 충돌이 발생해 다수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국민은 국기 게양을 꺼리기도 한다.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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