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불법파업 피해 보상 길 막혀…기업 안정성 흔들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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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에서 비롯됐다. 당시 사측이 수십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노동자들을 도운 데서 이름이 붙었다.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파업 참가자 개인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후 손배소 남발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방식은 손배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섭을 회피하거나 사측이 주도한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 창구를 분산시키고, 간부를 탄압해 조직을 와해시키는 등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 기업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된다. 노동계는 이런 행위를 '노조파괴'라고 부른다.
법원은 이미 이 같은 행위가 불법임을 여러 차례 확인해 왔다. 삼성전자서비스 사태에서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불법 파견해 쓰면서 노조 결성을 막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고, 한국지엠 사건에서도 사측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어용노조를 지원한 정황이 인정됐다. 사측 개입으로 노조 자율성이 침해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는 판례가 쌓여온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이런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리온과 SPC에서도 노조파괴 논란이 불거졌다. 오리온은 노조 집행부를 겨냥한 징계와 교섭 회피로 도마에 올랐고, SPC는 노조 간부 배제와 차별적 대우 등으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SPC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SPC지부 파업 당시 거액의 손배소를 예고하며 압박을 가해, 노동계에선 쌍용자동차·유성기업 등과 함께 노조파괴 시도와 손배소 전략을 모두 활용한 사례로 꼽는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가맹점 배송을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용차 비용을 운수회사에 청구했던 것일 뿐, 노조를 겨냥한 손배소는 아니었고 해당 소송도 이미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 관계자는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도 기업은 손배소로 노조를 옥죄는 방식을 택해왔다"며 "손배소 예고만으로도 심리적 압박이 커져 사실상 노조 활동이 마비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조합원들은 생계를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다"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손배소를 통해 노조활동을 억압하는 전략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법원에서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노조파괴 행위에 더해 손배소까지 제한되면, 노동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노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다만 경영계는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통해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막히면 기업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어지고, 경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린다"며 노란봉투법 입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