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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열흘’만에 드러난 조국의 ‘보수 혐오’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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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8. 25. 09:25

'된장찌개' 비판에 "돼지 눈엔 돼지만 보여" 발언
文 찾아 진보결집 노려… 박지원 "성급하면 실패"
"2030 일부 극우화, 용납 못해"… 보수혐오 방점
야권 자중 메시지에도 "제 길 가겠다" 단칼에 거절
조국,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자녀 입시 비리 유죄로 옥살이를 하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지 열흘 만에 대국민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 진영 국민들에게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는 것"이라며 어느 영화 속 정치인의 충격적인 발언을 연상케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양산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평소 "내 갈 길 가겠다"는 정치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인데,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도 자중하라는 메시지가 연일 나온다.

◇'된장찌개'서 드러난 조국의 '대국민 인식' "돼지 눈엔 돼지만 보여"

조국 전 대표는 출소 후 즉시 조국혁신당 복당 신청서를 냈다. 그는 당의 혁신정책연구위원장을 맡고 본격적인 정치 복귀를 알렸다. 그는 출소 후 가족과의 첫 외식이라며 된장찌개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은 고급 한우 집에서 나오는 후식 메뉴로 최고급 한우를 주문한 고객들만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보수 진영에선 그가 된장찌개 사진을 올리든 한우 사진을 올리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자유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간 조 원장이 보여왔던 이중잣대와 위선적 행태를 돌아보면 된장찌개 사진이 단순한 된장찌개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비판 여론의 손가락질 요소였다. 과반수가 훨씬 넘는 국민들이 조 위원장의 광복절 특사를 반대하고, 이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2주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도 그는 '제 갈 길 간다'는 특유의 뚝심 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된장찌개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는 것"이라며 그를 비판하는 보수·중도 국민과 일부 진보 진영 국민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우매하고 멍청한 사람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된장찌개 사진 업로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단 입장이다. 문제의 본질은 사진 속 메뉴가 된장찌개냐 아니냐가 아닌데도, 그는 본인 지지자들만 업고 간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과 의향이 있느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그는 "내가 사과한다고 그들이 나를 좋게 봐주겠나"라고 맞받았다. 정치인이 지지자와 비지지자를 갈라치는 대단히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조국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이 뭐가 문제냐는 듯한 철면피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라며 "어차피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어떤 말을 해도 지지해줄 국민이 있다는 오만한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문재인 찾아 '진보 스펙트럼' 넓히기 노렸지만… 박지원 "신중해야, 성급하면 실패해" 경고

이런 상황에서도 조 원장은 부산민주공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경남 양산을 찾아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그는 마치 자신의 옥살이가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조기종식'을 위해 헌신하다 부당하게 잡혀들어간 듯한 행보와 발언을 이어갔다. 조 원장은 전날 부산민주공원에서 창당 목표였던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조기종식'과 '원내 3당'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랑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저 역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이런 조 위원장의 거침 없는 행보가 부담스런 듯한 모습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달릴 조국혁신당이 당내 원동력인 '조국'을 되찾았고, 향후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조 원장의 재보선 출마 가능 지역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3선을 지냈던 충남 아산 등이 거론되면서 '여권 파이 나눠 갖기'에 대한 우려가 여권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조 위원장 특유의 '뚝심'과 '근자감'(근거 있는 자신감)은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로 날개를 달았다. 조 위원장은 연일 수위를 넘나드는 위험한 발언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날 본지에 "이건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일 것"이라며 "위험을 감수한 이 대통령의 결단이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내 원로이자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께 요청드린다. 신중하셔야 한다"며 "성급하면 실패한다. 선거는 가깝지 않고 상당 기간 후다"라고 지적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이 두 의원은 모두 조 원장 특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적극 건의한 바 있다. 조 원장 사면으로 자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030 일부 극우화, 용납 못해"… 여권의 '자중 메시지'에 "제 길 가겠다" 일축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정부여당의 우려에도 조 원장을 직접 만나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3년은 너무 길다'라는 구호로 창당에 나선 결기를 계속 이어나가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윤재관 혁신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조 원장의 폭주 바탕엔 '극우 혐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은 보수 세력을 악마화하는 발언을 과거부터 거침 없이 쏟아낸 바 있다. 특히 출소 후 처음 찾은 자신의 고향 부산에서도 이런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극우 정당을 2026년 선거와 2028년 선거에서 패퇴시키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2030이 극우화가 안 됐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극우화된 부분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남성 일부는 극우화가 됐다고 본다"고 적대시했다.

조 원장은 여권 일각의 자숙 요청 메시지와 관련해 "당 창당 주역으로 공백기가 있어서 제가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런 말씀을 다 받아 안으며 제 길을 가겠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국민께서 제게 요구하신 바에 따라 저의 쓰임과 효용, 그리고 역할이 있다면 그것을 다하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조 원장의 파격적인 정치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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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조국혁신당대표가 지난해 4월 15일 오후 비를 맞으며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이 사진은 보수 진영에서 그의 위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짤'로 많이 쓰인다. /연합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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