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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태국-캄보디아 사격 중지 합의”… 국경엔 여전히 전투기 폭격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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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13. 12:18

Trump <YONHAP NO-2202> (AP)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안 서명식 도중 1980년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원들에게 선물 받은 카우보이 모자를 써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태국과 캄보디아 정상들과 통화한 뒤 "모든 사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당사국들은 이를 부인하거나 교전이 지속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 정상과 통화한 뒤 "모든 사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또다시 외교적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국인 태국 총리는 "휴전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국경 지역에서는 전투기 공습과 포격이 이어지는 등 트럼프발(發) '휴전 선언'이 진실 공방과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아누틴 태국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통화했다"며 "양측은 12일(금요일) 저녁부터 모든 사격을 중단하고 원래의 평화 협정으로 돌아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평화를 원하며 미국과의 무역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신의 중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표는 곧바로 당사국들의 반박에 직면했다. 아누틴 태국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 직후 "대화는 잘 풀렸다"면서도 휴전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가 침략자가 아니라 보복 대응 중임을 설명했다"며 "휴전을 원한다면 캄보디아가 먼저 사격을 멈추고 군대를 철수하며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선(先) 조치, 후(後) 휴전'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태국 외교부 역시 트럼프의 휴전 발표에 대한 확인 요청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참고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캄보디아 상황도 트럼프의 선언과는 딴판이다. 캄보디아 공보부는 13일 오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중재했다고 주장한 시간 이후에도 태국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과 말레이시아에 "누가 먼저 쐈는지 정보 자산을 통해 검증해 달라"고 요구하며 태국에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멈췄다"고 주장하는 순간에도 국경의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태국군은 "자위권 차원"이라며 캄보디아 영토 내 30km 지점까지 F-16 공습과 포격을 감행했고, 캄보디아군 역시 "침략자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응사했다.

지난 월요일부터 이어진 무력 충돌로 양국 합쳐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260여 명이 부상했으며,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트럼프의 섣부른 '승리 선언'이 현장의 복잡한 갈등 구조를 무시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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