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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 청신호?...美 원자력법 123조·비확산 원칙 충돌이 최대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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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2. 15. 11:28

美 찾는 위성락 안보실장, ‘핵잠 핵연료’ 비확산 금기 깨나?
트럼프 승인 이후 美 부처별 정면충돌… 국무·국방·에너지부 입장 엇갈려
16일 한·미 고위급 안보라인 협상… SMR·HEU/LEU까지 테이블 오를 듯
1215 장영실함v.1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10월 22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장보고-Ⅲ Batch-Ⅱ 1번함인 '장영실함' 진수식을 거행했다. '장영실함'의 함정번호는 SS-087이고 해외 훈련시 영어 표기 명칭은 Jang Yeongsil이다. 3천600t급인 장영실함은 길이 89m, 폭 9.6m의 디젤추진 잠수함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을 최대 10개 갖추고 있다. 연합
그동안 한·미 간 논의의 금기 영역으로 여겨졌던 '핵잠 핵연료'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워싱턴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 미국을 찾아 한·미 고위급 안보라인과 연쇄 협의에 나설 예정이어서다. 이번 방미의 핵심 의제는 단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SSN)과 그 전제 조건인 핵연료 문제다.

백악관과 국방부(전쟁부)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는 대중(對中) 견제 전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서태평양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허용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러시아산 대신 자체 우라늄을 생산하면 미국과 "5대 5 동업"을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지난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반면, 비확산 체제 (이하 NPT, Non-Proliferation Treaty) 유지에 중점을 두는 국무부와 에너지부 그리고 관련 정부 산하 기관들은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허용할 경우 국제 비확산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안보라인과 '글로벌 核비확산 원칙'을 중시하는 에너지라인 간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으로, 한국 정부의 관련 요청에 대한 최종 결론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위 실장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비롯해 국무부·국방부·에너지부(DOE) 고위 관계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한국의 핵잠 추진 구상과 한·미 원자력 협력 프레임의 재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협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방위 자율성 강화' 기조 아래 핵잠 논의 자체에 원칙적 승인(green light)을 내린 이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협상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인과 달리,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부처 간 이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비확산 원칙 훼손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반면, 국방부는 중국·북한 견제를 위한 동맹 해군력 강화 차원에서 한국의 핵잠 보유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에너지부는 미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 제123조 위반 소지를 이유로 '핵연료 이전' 자체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1215 농축우라늄 수조 v.1
경북 울진군 한울 원자력발전본부 내 임시저장시설(수조)에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핵심 쟁점은 미 원자력법 123조와 비확산 원칙의 충돌이다. 123조는 미국이 원자력 기술과 핵물질을 이전할 수 있는 국가와의 협력 조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군사용 전용 가능성이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형 핵잠이 미·영의 SSN처럼 HEU를 사용할 경우, 법률적·정치적 장벽은 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는 저농축우라늄(LEU) 또는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기반 해군 원자로 방안까지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기술에서 상당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해군용으로 전환할 경우 '비확산 리스크를 최소화한 핵잠'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미 에너지부는 SMR이라 하더라도 군사용 전환 자체가 비확산 체제의 예외를 확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는 저농축우라늄(LEU) 또는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기반 해군 원자로 방안까지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SMR 기술에서 상당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해군용으로 전환할 경우 '비확산 리스크를 최소화한 핵잠'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미 에너지부는 SMR이라 하더라도 군사용 전환 자체가 비확산 체제의 예외를 확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DC의 복수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에 따르면, 美국무부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에 핵잠 핵연료 예외를 허용할 경우, 일본·캐나다·독일 등 다른 비핵국 동맹국들의 연쇄 요구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곧 NPT 체제의 구조적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美국방부는 이미 AUKUS를 통해 호주에 핵잠을 허용한 이상, 한국을 '또 다른 예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실용론을 펴고 있다고 국내외 국방안보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협상을 '사실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핵잠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장억제의 신뢰성, 그리고 북핵 대응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SLBM과 전술핵을 앞세워 수중 핵전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디젤잠수함 중심의 기존 전력으로는 장기 잠항·지속 억제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측은 '즉각적인 핵연료 이전'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공동연구 △연료 주기 완전 통제 △IAEA 사찰 강화 △핵연료 회수 보장 등 비확산 안전장치를 전면에 내세워 미 행정부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SMR 기반 해군 원자로를 '비확산 친화적 대안'으로 포지셔닝하며 협상의 문을 넓히겠다는 계산도 읽힌다.

복수의 국내 및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위 실장 방미가 "결론을 내기보다는 선을 긋는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핵잠 자체를 공식 의제로 인정할 것인지, 핵연료 논의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레드라인을 확인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절대 불가'로 여겨졌던 핵잠 핵연료 문제가 고위급 안보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한·미 동맹의 새로운 국면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미 관료체계의 저항을 얼마나 돌파할 수 있느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비확산의 파괴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가 향후 핵잠 논의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고위급 협상은, 한국 안보 전략의 좌표가 바뀌는 출발점이 될 수도, 다시 한 번 문 앞에서 멈춰 서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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