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실적 부진 끝에 신세계푸드의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수를 꺼내 들었다. 신세계푸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선 것이다. 올해 초 신세계건설에 이어 신세계푸드까지 정비 수순에 오르면서, 수익성 회복 실패를 비상장 전환으로 덮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체제 아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직접 통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이날부터 내년 1월5일까지 22일간 신세계푸드 보통주 146만7319주(37.89%)를 주당 4만8120원에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개시 직전 거래일(12일) 종가 대비 약 20% 높은 수준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12일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신세계푸드 지분 8.6%를 전량 매입해 지분율을 55.47%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이마트의 지분율은 93.36%로 확대되며, 신세계푸드가 보유한 자사주 6.64%까지 포함하면 100% 소유 구조가 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해소하고 중복상장 구조를 정리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브랜드 버거의 수익성 개선과 제조·B2B 부문의 안정적인 주문 흐름에도 신세계푸드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세계푸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9배, 주가수익비율(PER)은 7.84배로 동종 업계 평균을 하회한다. 자본시장에서의 재평가를 기대하기보다 상장폐지를 통한 구조 재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무게가 실린 배경이다.
상장폐지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이마트 주가는 장중 13% 오른 9만3000원대까지 치솟았고, 신세계푸드 주가 역시 전일 대비 19% 상승한 4만7000원대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결정을 신세계푸드의 만성적인 수익성 부진에서 찾는다. 급식·외식·제조 등으로 사업을 넓혀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4% 감소, 영업이익률도 1.35%에 그쳤다. 매출도 2022년 1조4113억원, 2023년 1조4889억원, 2024년 1조5348억원으로 증가 폭이 제한적이다. 모회사 이마트마저 0.16% 수준의 이익률에 머무르면서, 그룹 전반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정 회장 체제 이후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 속에서, 신세계푸드의 상장 유지 명분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저수익 사업을 잇따라 정리해왔다. 지난 8월 연매출 약 27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 사업부를 매각했고, 스무디킹 코리아와 노브랜드 피자 등 외식 사업도 접었다. 여러 사업을 시도했지만 반등에 실패한 끝에, 상장폐지라는 가장 강한 구조조정 카드가 선택됐다는 해석이다.
완전 자회사 전환 이후 신세계푸드는 외형 확대보다 그룹 계열사의 식자재·제조 공급을 전담하는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폐지를 통해 내부거래 부담이 완화된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기준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약 37%로, 통상 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12% 안팎에 머무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완전 자회사 전환 이후에는 이러한 규제 리스크에서 한결 자유로워진다.
현재 이마트에 납품 중인 베이커리류 등 식자재 공급 기능도 원가 절감과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춰 보다 기동성 있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 기조도 같은 흐름이다. 신세계푸드는 재무통으로 분류되던 강승협 대표를 1년 만에 교체, 이달 초 '물류·유통' 전문가인 임형섭 대표를 선임했다. 임 대표는 신세계에서 30여 년간 매입, 식품유통, B2B 사업 등을 두루 맡아온 인물이다. 신세계푸드가 상장폐지되면 이마트의 종속회사 중 상장사는 신세계아이앤씨만 남게 된다. 이마트의 지배구조 단순화 기조를 감안할 때, 업계에서는 신세계아이앤씨 역시 상장폐지 기조를 밞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트 중심 체제가 확대되면서 향후 그룹 전략과 성과에 대한 정 회장의 역할과 책임 역시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28.8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