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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국가 산업 경쟁력 높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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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2. 18. 13:56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인터뷰
"국방비 블랙홀 아니라 국가 산업 견인 전략 투자"
핵잠 개발은 국가 초대형 융합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핵잠 통해 북극항로, 심해 자원, 미래 해양 산업 패권 주도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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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교수가 11월12일 아투tv의 '구필현의 밀리터리' 생방송에 출연해 K-핵추진잠수함(SSN)의 전략적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투tv 캡쳐
"너무 돈이 많이 든다. 강대국 흉내에 불과하다. 국방비의 블랙홀이다." 핵추진잠수함(SSN·핵잠)을 둘러싼 논쟁은 늘 이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공통된 전제를 깔고 있다. 핵잠을 '무기 한 체계'로만 바라본다는 전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이 전제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핵잠은 국방 사업이기 이전에 산업·기술·에너지 전략"이라고 18일 강조했다. 핵잠 사업의 지연은 단순한 전력 확보 문제를 넘어서, 북극항로, 심해 자원, 미래 해양 산업과 해양 패권의 주도권을 타국에 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핵잠은 비용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바다를 잃으면 기회를 잃는다는 게 문 교수 주장의 핵심인 것이다.

문근식 교수와 핵잠 논쟁의 본질을 하나씩 짚었다. 이하는 일문일답.

-핵잠 논쟁에서 가장 먼저 "질문이 잘못됐다"고 지적해 왔다. 왜 그런가
"지금의 논쟁은 핵추진 잠수함을 '비싼 무기'로만 놓고 평가한다. 함정 한 척 가격만 보면 당연히 부담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핵잠은 단순한 전투 플랫폼이 아니다. 원자로 설계와 안전 기술, 핵연료 주기 관리, 방사능 안전, 고급 조선·용접·신소재, 자동제어·디지털 기술이 모두 결합된 국가 최고 난도의 융합 산업 프로젝트다. 이를 국방비 블랙홀로 규정하는 순간, 그 파급 효과는 논의 대상에서 사라진다."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논쟁이 반복됐다
"1954년 미국이 세계 최초의 핵잠 노틸러스(USS Nautilus)를 건조했을 때가 그렇다. 당시에도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거셌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나오는 주장과 거의 판박이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노틸러스 이후 미국의 변화가 핵심이다
"노틸러스는 해군 전력 하나를 만든 게 아니다. 그 사업은 인류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시핑포트 발전소 건설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 전기, 금속, 용접, 신소재 기술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군사 기술이 민간 에너지 산업 혁신으로 확장되며 국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지금 한국의 핵잠 회의론은 그 시기와 닮아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돈이 많이 든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진짜 질문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그 예산이 어떤 미래 산업을 창출하느냐이다. 핵잠 개발비는 단순 국방비 지출이 아니라 고급 기술 인력 양성, 미래 에너지 기반 확충, 첨단 조선·원전·ICT·AI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키우는 국가 전략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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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교수가 11월 12일 아투tv의 '구필현의 밀리터리' 생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핵잠수함(SSN) 건조 승인과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투tv 캡쳐
-프랑스와 브라질 사례를 자주 예로 든다
"프랑스는 핵잠을 국가 산업 전략의 중심에 둔 나라다. 관련 산업 종사자만 20만 명 이상이고, 산업 파급 효과는 수백 조 원 규모로 평가된다. 원자로, 연료, 조선, 전자, 방산, 에너지 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브라질 역시 저농축우라늄 기반 핵잠 '알바로 알베르토' 사업을 추진하며 핵연료·원자로·심해 구조물 기술을 민간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핵잠 기술이 단순 국방이 아니라 산업 성장 플랫폼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핵 추진 기술의 확장성도 중요하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됐다. 미국·러시아·중국은 핵추진 쇄빙선, 극지 탐사선, 북극항로 에너지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핵 추진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유일의 상업용 핵추진 쇄빙선단을 운영하며 북극항로 물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아르크티카'급 쇄빙선과 핵추진 LNG 쇄빙선은 러시아 에너지 공급망의 전략 자산이다."

-한국이 핵 추진 기술을 확보한다면 어떤 변화가 가능한가
"극지 연구선, 쇄빙선, LNG 운반선, 심해 자원 탐사선 등 새로운 해양 산업 시장이 열린다. 지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갖고도 '동력 기술'이라는 마지막 관문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핵 추진 기술은 그 관문을 넘게 해준다. 이는 조선·에너지·물류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핵잠은 단순히 오래 잠항하는 함정이 아니다. 억제력의 질을 바꾼다. 지속성과 은밀성을 바탕으로 해양 접근거부(A2/AD) 환경에서도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외교·안보 협상력으로 직결된다. 산업과 안보가 동시에 강화되는 구조다."

1218 원잠 산업 융복합 chatGPT AI 그래픽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원자로 기술을 활용해 핵연료 주기 관리, 방사능 안전, 조선·용접·신소재, 심해 센서·전자전, ICT·AI 자동화, 국방·외교 전략을 통합하는 국가 초대형 융합 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 결국 핵잠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핵잠은 △원자로 기술 △핵연료 주기 관리 △방사능 안전 △조선·용접·신소재 △심해 센서·전자전 △ICT·AI 자동화 △국방·외교 전략을 통합하는 국가 초대형 융합 프로젝트다. 국방을 넘어 국가 미래 경쟁력 전체를 끌어올리는 기반 사업인 것이다."

- 원자력 추진 체계 역시 중요해 보인다
"핵잠은 국방부 단독 사업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과 프랑스처럼 대통령실 직속 국가 핵잠 사업단을 설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핵추진 선박 전반을 관리하는 프로젝트관리조직(PMO)으로 확대해 국방·산업·원자력·과학기술·외교·재정을 하나로 묶는 국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편 문근식 교수는 오는 24일 오후 3시, 아투TV '구필현의 밀리터리'에 출연해, 핵추진 잠수함이 원자로·연료·조선·전자·방산·에너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보다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문근식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해군·해양안보 및 잠수함 전략 전문가다.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핵추진 잠수함(SSN)과 재래식 잠수함 획득·운용 전략, 해군력 건설, 해양안보, 북극항로와 해양 패권 경쟁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해군 장교 출신으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국회·정부·언론 자문을 두루 맡아왔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을 국가 전략무기이자 국가 산업·기술 부흥 프로젝트로 해석하는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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