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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자연재해도 양극화… 伊 “가뭄 비상사태” 豪 “물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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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7. 05. 14:31

EUROPE-WEATHER/ITALY-DROUGHT <YONHAP NO-0481> (REUTERS)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이탈리아는 7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호주는 이례적인 집중호우에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로이터·AP 연합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지구 북반구와 남반구가 각각 가뭄과 폭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는 7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겨울철을 맞은 호주에는 이례적으로 집중호우가 계속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등 포강(Po river) 주변 5개 주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포강은 길이가 650km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으로 꼽힌다. 이 강 유역은 최근 가뭄으로 상당수 지류가 마르고 해수가 내륙으로 유입돼 농작물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 농업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형식적 절차를 건너뛰고 피해 지역 가정과 기업에 물 배급제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 농가 지원 등에 3800만달러(약 492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는 특별한 수단과 공권력으로 현재 상황을 관리하고 피해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미 북부 몇몇 도시들은 주민의 물 사용에도 제한을 두고 있는데, 중남부에도 가뭄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도 로마의 테베레 강은 수심이 얕아져 강바닥에서 자라는 식물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베레 강에서 뱃사공으로 일하고 있는 한 시민은 “40년간 이런 상황은 겪어본 적이 없다”고 AP에 전했다. 이탈리아 극지과학연구소(CNR)에 따르면 올해 강수량은 지난 30년간 평균 강수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날에는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에서 빙하 덩어리가 떨어져 최소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찾은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이례적 폭염과 연관 짓고 “이번 사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환경·기후 상황의 악화와 관련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물 난리를 겪고 있다. 호주 동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일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주민 5만명에 대피령을 내렸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시드니 북쪽 뉴캐슬과 남쪽 울론공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24시간 동안 1m가 넘는 비가 내렸고, 1.5m 이상 비가 오는 곳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지역에선 3일동안 호주 연평균 강수량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폭우로 인해 강 수위가 최대치에 육박하면서 시드니 북서부의 호크스베리강과 서부 네피안강은 범람하기 시작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물이 매우 빠르게 흐르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NSW에서는 최근 18개월 동안 4차례의 홍수를 겪을 정도로 물 난리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이에 대해 호주 기상청은 태평양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라니냐(La nina) 현상이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서태평양의 대기 순환에 이상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라니냐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캐슬 대학 이프테카르 아흐메드 부교수는 “호주의 겨울철에 폭우가 내리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라니냐의 영향으로 이 같은 일이 겨울마다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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