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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L물 섭취’ 논쟁 종결… “필요할 때 적당히 마시자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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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8. 20. 11:11

이계호 교수 "필요한 만큼 마시면 된다는 취지"
"하루 2L 물 강박관념 있지만, 개인별로 달라"
만성 물중독 가능성 주의, "전해질 불균형 우려"
과도한 녹즙·육식 피해야, 맥스거슨 '무염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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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오른쪽)가 19일 내과 전문의 정희원 박사를 만나 '하루 2L 물 섭취' 관련 이야기와 건강한 식습관 정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정희원의 저속노화 채널.
유퀴즈에서 "하루 2L 물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가 물 2L를 꼬박꼬박 먹을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며 일반화시켜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19일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내과 전문의 정희원 박사를 만난 자리에서 "필요하면 많이 먹고, 필요하지 않으면 적게 먹으면 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물 섭취는 필요한 만큼 마시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단편적으로 나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2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만 개인 활동량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물 섭취는 날씨,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며 "물은 음식물로도 섭취되기 때문에 갈증을 느낄 때 적당량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연세 든 분들, 바쁜 사람들, 감각이 떨어져 목마름을 못느끼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소변 색깔로 몸의 수분 상태를 판단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교수는 "소변색이 너무 투명할 때까지는 마시지 말고, 옅은 노란 소변 정도가 좋다"면서도 "특정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에 따라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만성 물중독 가능성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그는 "과도한 물 섭취는 피로감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극단적인 경우 전해질 불균형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물을 2개월간 많이 먹어보니 어지럽고 힘도 없었는데, 물을 적당히 줄이니까 바로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 박사는 "Primary polydipsia(일차성 다갈증·생리적 갈증 자극 없이 수분 과다섭취 증세)라고 해서 1차성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다"며 "물에 강박해서 그럴수도 있고, 정신질환이나 뇌 시상하부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도 쓸데없이 많이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과도한 녹즙·육식 위주 카니보어 식단' 피해야… "맥스 거슨 요법의 무염식은 미국서 금지된 방법"

이 교수는 저염식과 소금 섭취와 관련한 정보, 채소·육류섭취와 균형 잡힌 식단, 젋은 세대를 위한 건강 습관 등에 대한 정보도 전달했다. 올바른 채소 섭취 방법에 대해선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인식 때문에 녹즙을 과다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녹즙은 식이섬유가 제거돼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식사 대용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채소 수프 등을 과도하게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보통 하루 500g 정도의 채소를 섭취하라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자신의 입으로 씹어서 천천히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며 "액상화를 많이 할수록 많이 먹을 확률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맥스 거슨 요법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요했다. 맥스 거슨 요법은 완전한 무염식과 녹즙으로 암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현재 미국에선 의료당국이 공식적으로 금지한 요법이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이 방식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소금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적정량의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정 박사는 극단적인 육식 요법인 '카니보어 식단'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바로 잡았다. 이 교수는 "육식 과다 섭취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임상적으로 다 나와있다"고 지적했고, 정 박사도 "WHO나 각국의 가이드라인에서 볼 수 있듯 적색·가공육을 한 조각씩 더 먹을 때마다 사망률이 어떻게 올라가는지 알려져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고기를 숯불 등에 태워 먹는 것은 피하고, 삶거나 굽는 방식으로 먹는 게 좋다는 일반적인 상식도 곁들였다.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교수는 탄수화물과 지방·비타민·미네랄 등을 골고루 먹어야 하며, 콩과 전통 발효 식품을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 음식엔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 되는 유익균이 많이 들어 있는 발효식품이 많다"며 "그게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프로바이오틱스라든지 판매 중인 유산균을 같이 먹어도 된다. 적당히 균형 있게 먹으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흔히 알려진 발효식과 균형식 외에도 '여유식'을 강조했다. 그는 "20~30번 씹으라고 해도 일반인들은 대여섯번 씹으면 음식이 무의식적으로 넘어간다"며 "그래서 밥을 먹기 전에 당근이나 양배추 등이 들어간 조그만 샐러드를 먹으며 씹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여유식'이 몸에 익는다"고 제안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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