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예보 이민’ 유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2201001352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22. 17:36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A씨는 최근 경남 거제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몇 달 전부터 서로 휴가 일정을 맞추는 등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렸다. 떠나는 날이 다가오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일기예보였다. 강우 예보가 있느냐에 따라 준비해 갈 게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거제에는 그가 무척 좋아하는 포근한 느낌의 구조라해수욕장이 있다. 가족은 그곳에서 해수욕을 할지 말지를 놓고 기상청 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당시 예보는 그 기간 비가 하루 종일 오는 것으로 돼 있었다. 수영복과 큰 타월, 아쿠아슈즈, 스노클링 장비를 가져갈까 했지만, 비가 내리는 해수욕장은 그리 달갑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가끔 흐렸지만 전체적으로 맑았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햇살이 강했다. "어, 예보와 다른데. 이제 비가 오겠지." 비를 그렇게 간절히 기대하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마침내 거제에 도착해 곧장 구조라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파랬다. 맑디맑은 초여름 하늘이었다. 가족 모두 이구동성으로 짧게 기상청을 원망했다. "예보를 정확히 했더라면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올 들어 처음으로 만난 바다는 멋졌다. 물도 따스했다. 바다 수영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이었다. 많은 해수욕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러웠지만 하는 수 없이 해수욕장을 떠나야만 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쾌청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와서 접한 날씨 관련 보도는 마음을 더 상하게 했다. "제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만 알고 싶다." 어느 기사의 첫 문장이다. 우리도 그랬다.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만 알고 떠났다면 더 즐거운 일정을 보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외국 기상 앱 제공 기상정보를 자주 찾아본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른바 '예보 이민'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데이터플랫폼 기업에 따르면, 최근 주요 날씨 앱의 사용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7월 첫 주까지 주간 사용자 수(WAU) 조사 결과 날씨 앱 부문 상위권 앱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건 윈디닷컴이다. 4월 첫 주 25만명을 기록한 이후 7월 첫 주에는 47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큐웨더 역시 같은 기간 8만명에서 11만명으로 43% 늘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앱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큐웨더는 196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설립된 민간 기상기업이며 윈디닷컴은 체코가 본사다. 이들 앱은 국내 6000곳의 날씨 정보를 지역별로 세밀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국민이 국내 날씨를 확인하는 데 미국이나 체코 등 외국에서 만든 앱을 쓰는 셈이다. 우리 기상청도 공식 앱인 날씨알리미를 서비스하지만 외국 앱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장마철 이후로 사용자 수 격차는 훨씬 크다고 한다.

'워라밸'에 일상의 무게를 두면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요즘, 우리 국민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날씨 아니겠는가. 등산, 나들이, 캠핑, 골프 등으로 여가를 즐기려는 모두가 날씨에 지대한 관심을 쏟기 마련이다. 날씨에 따라 외출 여부를 결정한다. 이벤트 기획사 등 날씨에 따라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업종도 적지 않다. 건설 공사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정확한 예보가 우리네 일상사, 삶에 필수가 됐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지상·고층·해양 위성과 레이더 등으로 수집한 기상 자료를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모델에 입력해 예상 일기도 등을 생성하고 이를 예보관들이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기상예보를 발표한다고 들었다. 관측 자료와 수치예보모델, 예보관의 판단력 등 3박자가 모두 맞아야 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기상청 직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리 알기 어려운 날씨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보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자주 받는 것은 곤란하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날씨는 앞으로 점점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국민은 기상청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보 논란이 일 때마다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는 기상청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저 비가 올지 안 올지, 한파가 언제 몰아칠지, 그 정도만이라도 정확히 알려주는 기상청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기상청의 분발을 기대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