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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민 고통 8개월, 의·정 책임전가 멈추고 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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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기자

승인 : 2024. 10. 01. 16:55

환자
지난 9월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주 1회 성인진료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놓여 있는 가운데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준영 사랑해 건강해 긍정해
"당장 치료 받거나 수술해야 하지만 의정갈등으로 내버려진 환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아프다는 이유로 서글프다. 이젠 지쳤다."

한 암 환자 이야기다. 국민과 환자들이 더는 고통 받지 않도록 의료계와 정부는 책임 전가를 멈추고 이 사태를 해결하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난 추석 당일 부산에서 30대 여성 환자가 의식 장애 증상을 보여 92차례나 치료할 병원을 찾기 위해 전화를 돌렸지만 의료인력 부족 등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숨졌다. 열 경련이 온 2세 여자 아이는 응급실 11곳에 문의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8개월째 수많은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들이 제 때 진료와 수술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장기간 사회적 문제 해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국민과 환자들이 방치되는 초유의 상황이다.
추석 명절 때 일부 환자들과 국민들은 응급실 진료 제한으로 치료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탈이 나지 않도록 적게 먹고 장거리 이동을 삼가했다고 한다. 경제적이나 문화적으로 세계 선두권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민과 환자들이 제 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불안에 빠져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의료계와 정부는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며 먼저 행동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 사태의 책임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있다. 정부는 의대증원 정책 필요성에도 일방적으로 추진해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의사들이 반발할 것을 지난 2월 의대증원 정책 발표 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했고, 8개월이 돼가도록 의료대란을 해결 못하고 있다.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국민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도 환자를 두고 떠나 위험에 빠트린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지난 2월 비슷한 시기 대거 사직 방식으로 환자들을 떠났다.

특히 의사 단체들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진료, 2020년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2024년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반대하며 번번이 집단 휴진하거나 집단 사직했다. 정부 정책을 철회시키기 위해 환자 생명을 볼모 삼는다는 것이 환자와 국민 시각이다.

더는 국민 고통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와 의사들은 대화에 나서 의대 정원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조속히 진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대화 기구에는 의료 대상자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매번 의정 갈등에 희생됐던 환자 단체들도 참여해 대화 주체가 돼야 할 일이다. 살릴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을 의정 갈등에 더 이상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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