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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다시 원점’… 홈플러스·집중투표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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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3. 09. 17:47

법원 "영풍 의결권 제한은 위법" 새국면
고려아연 "MBK, 사적 이익에만 관심"
이달 말 주총선 최윤범 '경영권' 지킬듯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수성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던 고려아연 사태가 법원의 판결로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주총에서 순환출자고리를 이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며 표면적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이를 위법이라 판단하면서 다시 표대결 양상이 된 게 이유다. 해를 넘기며 진행되는 장군·멍군이다. 당장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는 있지만 주총을 거듭할수록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측 선임 이사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이 와중에 장기판의 양상을 뒤흔들 한 수는 장외에서 발생했다. MBK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낙제점 경영능력이 도마위에 올랐고 '먹튀' 논란까지 번졌다. 홈플러스 임직원과 협력사들의 고통이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MBK의 적대적 M&A 주의보가 울렸다.

더군다나 이번엔 정부 지정 '국가기술전략기술'까지 보유한 첨단산업 공급망 핵심 기업의 경영권을 둔 고려아연이 MBK의 타깃이다. 국민연금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미국 정치권에서 MBK의 인수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9일 고려아연은 "MBK가 기업의 경영자이자 대한민국의 경제주체로서 회사의 발전과 가치 창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사적 이익에만 관심이 쏠려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MBK 측이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데 대해서도 "명백한 주주권 남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적대적 M&A 성공과 이사회 장악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최 회장 측 지분은 34.35%, 영풍·MBK는 40.97%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 해당 제도는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 만큼 의결권을 1주당 부여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명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영풍·MBK가 정기주총 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으며, 주총마다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수의 이사를 선출할 수도 있다. 지난 7일 영풍·MBK는 신규법인 와이피씨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526만2450주를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 SMC를 활용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고, 영풍이 이 상호출자 고리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두고 영풍이 자기자본의 91%인 고려아연 주식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도 없이 빼돌렸다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선 만큼, 조만간 관련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풍의 주요 주주에는 최 회장 측의 SMC가 지분 10%를 들고 있으며 영풍정밀도 3.63%를 보유 중이다. MBK 측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현재 시점에서 외부 충격은 국민정서가 반영 된 여론이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경영 능력 및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받는 상태다. 여기에 MBK가 국가기간사업을 운용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전반에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및 주주들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또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가며 중국을 필사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향후 MBK 측에 압박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마리아네트 밀러 믹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미국 상무부의 다이앤 패럴 국제무역 담당 차관보 앞으로 서한을 보내 "최근 중국과 연결된 기업들이 MBK를 통해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비철금속 제련 산업은 중국의 영향력이 큰 분야로, 고려아연은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한 핵심 광물의 공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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