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리뷰] 통영 빛낸 임윤찬의 강렬한 타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pi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300100161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5. 03. 30. 09:41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협연...눈부신 청명타 쏟아내
2025 통영국제음악제_TFOⅠ_ⓒ Sung Chan Kim_08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5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한국의 봄 음악축제를 대표하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28일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올해 주제는 '내면으로의 여행'(Journey Inwards). 이날 오후 7시 파비앙 가벨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올해 타계 30주년을 맞았으며 이 음악제의 탄생 계기가 된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 '서곡'을 연주하며 개막공연이 시작됐다.

이어 모두가 기대하는, 이번 음악제의 상주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무대가 펼쳐졌다. 최근 독주회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청중과 평단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임윤찬은 이번 협연 무대에서 전통적인 라흐마니노프 연주의 줄기와 근간을 유지한 채 눈부신 '청명타'를 퍼레이드로 쏟아냈다. 크리스털 결정처럼 청명한데 연주가 계속되어도 너무나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 건강하고 윤택한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25 통영국제음악제_TFOⅠ_ⓒ Sung Chan Kim_12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5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국제음악당의 음향이 매우 좋아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치는 임윤찬에게 홀이 적게 느껴질 정도의 강렬함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가 귀족 출신이었지!'하고 느껴질 정도로 그의 터치에는 고급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차이콥스키가 오보에로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했다면 라흐마니노프는 클라리넷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했는데, 이 곡 2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좀 더 진한 감정표현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3악장이 어느덧 피날레 부분에 다다르자 '벌써 끝이 나나?'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음악이 끝나지 않고 좀 더 계속됐으면, 뭔가 더 보여줬으면 하는 갈망이 생겼다. 협주곡을 들으면서 이런 느낌이 든 건 임윤찬이 처음이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통영국제음악당의 거의 모든 청중들이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커튼콜을 하던 임윤찬은 리스트의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 S.161 No.5를 앙코르로 연주했다. 이 느릿한 우수와 복잡다단한 여행의 심경이 담긴 곡을 통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다 채워지지 않았던 심상의 마지막 퍼즐은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갔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뒤에 7~8분에 이르는 이 명곡 연주가 가져다 주는 완성감이란! 임윤찬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훌륭한 선곡이었다.

2025 통영국제음악제_TFOⅠ_ⓒ Sung Chan Kim_09
2025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 피날레 모습. /통영국제음악재단
2부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그러고 보니 '러시아의 밤'이었다. 지휘자 파비앵 가벨은 속도감 있게 걸어가는 또는 행진하는 템포로 1악장을 이끌어갔는데 러시아 음악의 깊은 심연까지 는 들어가지 않는 음악이었다. 2악장의 이번 주제인 '내면'을 드러내는 오보에 솔로도 깊은 우수와 고뇌 같은 감정을 깊게 건드리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4악장 러시아 민요 '저 벌판에 자작나무가 서있네'는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역전승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데 입체적으로 들려오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목관과 금관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페스티벌 폐막 때가지 이 오케스트라의 성장을 들어볼 만할 것 같다.

2025 통영국제음악제는 4월 6일 오후 3시에 열리는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폐막공연까지 매일 계속된다.

/장일범 음악평론가

장일범 음악평론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