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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교실+공부방 선생님으로 1인2역, 제주도 허수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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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5. 14. 17:02

교대시절 호기심에 '푸른 꿈, 작은 공부방' 시작
제주대서 공간제공, 전국 각지서 후원금 보내줘
"이제 대학생들이 교사하고, 저는 예산만들기 바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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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꿈 작은 공부방 건물 외관. 꿈들 글씨 조각은 평화의 소녀상을 조각 한 김서경·기운성 작가가 기증했다./푸른꿈작은공부방
제주도 교육계는 영평초등학교 허수호 교사를 열정적인 선생님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허 교사는 20년째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재직 중인 영평초에서 그를 만났다. 허 교사는 학교 밖에서는 비영리법인 '교육성장네트워크 꿈들' 대표이기도 하다. 이 법인은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법인은 지난 2006년 설립되었다.

이곳은 지금까지 20기의 대학생 교사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을 대학생 교사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허 교사의 사업 동기는 대학 때 총학생회에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총학생회 회장 공약 중에 공부방이 있었다. 허 교사는 그 때 부터 호기심 생겨 공부방에 관심 갖고 운영을 시작했다.

국립 제주대학교가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십시일반 후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도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후원 참여하고 있다. 주목받는 점은 제주대 교육대학 재학생들의 동참이다. 대학생 교사들은 공부방은 큰 일꾼이. 현직 교사들과 정기 커리큘럼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에게 험난한 시절도 있었다. 공부방 초창기 대학생 교사들은 예산 부족하자 집세를 마련하기 위해 별도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였다. 이렇게 고생을 한 탓인지 이들은 전우애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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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영평초등학교 5학년 5반 교실에서 허수호 교사가 푸른 꿈, 작은 공부방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다음은 허수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교사로 재직하면서 별도로 공부방을 운영하게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성적에 맞춰 서울로 간 대학동아리에서 야학을 했는데 아팠습니다. 처음으로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늦은 나이에 교육대학에 입학했는데, 당시 야학에서 공장 노동자들과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했어요. 특히 제주로 돌아와 재수하면서 교대 2학년까지 3년 동안 제주 동려야간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학교 일에 대한 관심이 커져 총학생회에 들어갔어요. 그때 학생회장 공약이 어린이 공부방이었는데, 호기심으로 2006년 시작된 교사 연수가 벌써 20기가 되었습니다. 현재도 대학생 교사 17명이 봉사하고 있어요. 공부방은 교대 학생 교사들이 직접 운영하고, 본인과 교대를 졸업한 현직 교사들은 시설 관리와 행정, 예산을 만들어 뒷받침만 해요."

-현직 교사로서 방과후 학교 밖 아이들에게 공부방을 운영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일을 계속하는 저 자신도 좀 신기합니다. 왜 이곳에 아직도 머물고 있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애착인 것 같아요. 20년간 공부방을 통해, 교사와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봤습니다. 첫 출발을 하는 존재들은 항상 가능성과 잠재력을 품고 있어요. 그들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보람도 있고, 성장을 지켜보는 게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사업비도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컸어요. 언제 문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설확보와 운영비 마련 등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외해서 집세 충당하고, 학교에 손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알려지면서 만원의 기부 천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CMS 운영체계가 만들어졌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어요. 특히 네오플이라는 제주에 이주한 IT 회사와도 인연을 맺고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후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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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꿈 작은 공부방'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교사들.
-공부방을 언제까지 계속할 계획인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첫해 시작했을 때 다음 해에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1년, 1년 하다 20년을 이어왔습니다. 공부방과 함께 할 사람들의 의지와 인연이 닿는다면 계속하고 싶지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후임 대표자를 찾고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한 보람을 언제 느끼는지요

"새롭게 일이 생겼을 때 입니다. 초임교사들을 위한 교사 연수 과정이 생겼습니다. 교사 풍물패와 함께 어린이 풍물단을 창단했을 때도 그렇구요. 특히 초등과정을 졸업한 아이들을 위해 중등 과정이 개설되었을 때 정말 기뻤지요. 20년 동안 참 많은 장면들을 지켜 봤습니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교사와 아이들,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교사 커플도 어느덧 7쌍입니. 행복했던 순간이 이렇게 많아요."

-그중에 한 장면을 꼽는다면

"초등 1학년 때 공부방에 들어와 졸업한 친구가 스무 살이 되어 대기업에 취업하고 선생님들이 보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1학년 때 속상해 토라졌을 때 선생님이 접어준 종이학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아닌가 싶어요. 교사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과 말 한마디가 학생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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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영평초등학교 전경./부두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소득층 학생을 멘토와 연결하는 '서울런'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공부방에서는 025라는 이름으로 중등 과정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졸업한 친구들이 중학생이 되어도,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어요.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인생에 대해 상담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승의 날은 요즘은 어떻게 다가오는가요

"스승의 날은 교사의 '생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일에 축하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내가 태어난 존재의 의미와 나의 역사를 돌아보는 날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사로서 존재하도록 해주는 것은 아이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없으면 교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아이들이 살아갈 인생에 대해 진심 어린 응원을 하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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