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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탐방] ‘작지만 강한’ 하나자산운용… 퇴직연금 시장 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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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5. 05. 14. 17:37

ETF 순자산, 지난해 말 대비 54%↑
TDF 6개 빈티지 수익률 1위 '싹쓸이'
"후발주자 벽 넘어 5위권 진입 목표"
김태우 대표가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난 현재 하나자산운용이 퇴직연금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UBS와 합작을 끝내고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ETF 자산을 3배 성장시켰다. 아울러 퇴직연금 타깃데이트펀드(TDF)에서는 전 빈티지 수익률 1위를 기록하며 후발주자의 반전을 일궈냈다. 운용자산 규모는 중위권이지만 성과는 최상위 수준인 '작지만 강한' 자산운용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하나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ETF 순자산은 총 2조519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3579억원) 대비 54% 증가했다. 특히 대표 상품인 '1Q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상장 13개월 만에 1조384억원을 돌파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이 이름을 올린 '1조 ETF 클럽'에 국내 다섯 번째로 진입했다. 아울러 전체 머니마켓ETF 중 최근 1년간 수익률도 3.78%로 1위다. 이에 하나자산운용의 ETF 전체 시장점유율도 2023년 말 0.03%에서 현재 1%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ETF 급성장의 중심에는 하나자산운용의 고유한 '머니마켓 전략'이 있다. 김 대표는 "MMF 시장에서 쌓아온 채권 운용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 기술을 ETF에 그대로 이식했다"며 "자금의 '파킹 수요'에 최적화된 머니마켓 ETF에 집중한 것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자금을 단기적으로 보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하나운용의 머니마켓ETF와 CD·단기금융채ETF 순자산은 4개월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ETF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단숨에 높인 또 하나의 상품은 '1Q S&P500 ETF'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해당 ETF를 업계 최저 수준의 보수(총보수 0.0055%)와 국내 최저 액면가(1만원)로 출시해 주목받았다. 업계 통상 0.07~0.09% 수준인 기존 S&P500 ETF들보다 낮은 수수료에 소액 적립식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 덕에 출시 3개월 만에 순자산 5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ETF는 결국 보수가 낮고 지수 추종 성과가 정직해야 고객이 장기적으로 머무른다는 게 하나자산운용의 초저보수 책정의 이유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하나자산운용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출시된 '하나 더넥스트 TDF'는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4월 11일 기준 2030부터 2055까지 총 6개 빈티지에서 모두 수익률 1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각 빈티지의 수익률은 최소 7.9%(2030 빈티지)에서 최대 10.4%(2045 빈티지)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속출했던 국내 굴지의 자산운용 경쟁사들을 모두 따돌렸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동일 빈티지 10대 펀드의 모든 상품이 1위에 오른 이례적 성과에 대해 "EMP(ETF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기반의 글로벌 자산배분 노하우 전략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자산운용의 TDF 상품은 주식 자산은 환노출을 통해 환율 상승기의 추가 수익 기회를 열어두고 채권 자산은 환헤지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이원화 전략을 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연간 2% 이상의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전략은 투자 거장 피터 린치의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20여 년 넘게 운용 경험을 쌓은 김 대표의 노하우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퇴직연금 경쟁력은 결국 환 관리와 글로벌 분산에 달려 있다"며 "하나 더넥스트 TDF는 출시 전 글로벌 EMP 위탁운용계약 2조2000억원을 유치하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이미 역량을 검증받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나자산운용은 국내 기관 EMP 위탁운용계약 15건 중 13건을 수임하고 있다. 

ETF와 TDF 양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하나자산운용은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2027년까지 ETF 5조원, TDF 2조원, 전체 운용자산(AUM) 70조원을 달성한다는 '5·2·70 로드맵'을 내놨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하나금융지주 직속 자회사로 승격을 검토 중으로 지주 차원의 자본 확충과 글로벌 ETF 수출, 대체투자 확대 등을 통해 성장 가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인데, 하나자산운용이 그룹 내에서 ETF와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품 라인업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초저보수 전략을 이어가는 동시에 최근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TIF(타깃인컴펀드)와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상품 영역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과거 고(故) 정주영 현대자동차 회장은 기술도입료를 반으로 깎아주겠다는 미쓰비시의 제안에도 독자적인 알파엔진 개발을 강조했고 실현시켰다"면서 "TDF 는 금융회사에게 '알파엔진' 같은 역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자산운용은 그동안 기관 투자자들이 인정한 EMP 운용능력을 기반으로 기존 선두권 주자들에게 도전장을 낼 것"이라며 "TDF와 ETF 모두 후발주자의 벽을 뛰어넘어 5위권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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