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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별세…검소한 일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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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5. 15. 14:49

월급 90% 기부…출퇴근은 1987년식 경차로
검소한 생활로 소통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
PEOPLE-JOSE MUJICA/ <YONHAP NO-9580> (REUTERS)
13일(현지시간) 별세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가 우루과이 의회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로이터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13일(현지시간) 별세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검소한 생활을 고집한 이유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은 식도암 투병을 해오다 암이 전이되자 치료를 중단하고 지낸 끝에 향년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10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1987년식 폭스바겐 비틀을 직접 운전해 출퇴근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고집했다. 1만2000달러(약 1700만원) 정도 되는 월급을 받았지만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90%를 기부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의 검소한 생활은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엘파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히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렇게(검소하게) 사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런 데서 시작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대통령 되는 정치인들이야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 믿을 수 없다는 극심한 불신이 생긴다"며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정치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내 삶의 방식대로 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현지 정치 평론가들은 "무히카 전 대통령의 일관된 검소함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였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2015년 3월 퇴임할 때 무히카 전 대통령이 신고한 재산은 수도 몬테비데오의 외곽에 있는 농장과 시골집 2채, 1987년식 폭스바겐 승용차 2대, 트랙터 등 농기구 3대 등 807만 우루과이페소, 약 30만 달러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평균 1143원)로 환산하면 3억4300만원이 전 재산이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해외 순방을 할 때 민간항공을 이용하곤 했다. 의전실의 권유로 일등석에 타긴 했지만 그는 일반석에 들러 승객들과 인사를 나누곤 했다.

2013년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대통령전용기에 탈 기회가 있었던 그는 "비행기에 드레스 룸과 샤워실, 심지어 미용실까지 있더라"며 놀라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이 의전을 꺼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의 재임 시절 대통령 집무실은 우루과이 정부청사 11층에, 의전실은 10층에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의전실에서는 할 일이 마땅히 없고 의전을 준비해도 대통령의 돌발행동 때문에 계획처럼 되는 일이 없다는 불만이 팽배했다고 한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의전실 직원이 20명이었는데 할 일이 없어 매일 싸우기만 한다"며 "내가 의전을 꺼려 내 책상 아래(10층)에 있는 직원들을 내가 미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관계자는 "자동차에 타고 내릴 때 문을 열어드리는 것조차 거북하게 여겼던 무히카 전 대통령"이라며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니 의전실에선 서로 네 탓이라고 말싸움이 벌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걸핏하면 낡은 폭스바겐 비틀을 몰고ㄷ 사라져 경호실에도 비상이 걸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현지 언론은 "이 모든 것이 무히카 전 대통령에겐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씻기 위해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였다"며 "대통령이라도 (국민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도 한 사람의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삶으로 보여준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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