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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K-철강의 수난… 정부는 지원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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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6. 19. 06:00

최원영 사진11
제조업의 근간이자 경쟁력, 든든한 후방산업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우리 쌀들이 아프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그리고 '철강' 얘기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을 방위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5개 업종을 우선 육성키로 했다. 10년에 걸쳐 키워 내기로 한 건 석유화학, 조선, 전자, 자동차를 포함한 기계공업 그리고 핵심인 철강이다. 하나같이 잘 커나갔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전자, 세계 1위 조선, 그리고 전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을 배출하기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간 수출 최상위권에 포진해 온 석유화학과 질적 고도화를 이룬 세계적 수준의 철강이 이제 중국산의 범람 속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게 됐다.

오랫동안 중후장대를 출입해 온 입장에서 이 상황에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각종 환경 오염주범이라는 오명에 화평법, 화관법 압박을 받고 있는 화학업계와, 탄소 최다배출 업종으로서 끊임없이 감축 푸시를 받는 철강업계는 사실 우리 경제의 초석이다.

그중 철강산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풀어내 보려 한다. 철의 날인 6월 9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 제철소인 포항제철소(현 포스코)에서 현대식 용광로로 첫 쇳물이 생산된 날이다. 포스코 회장이기도 한 장인화 한국철강협회장이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발언한 핵심은 '트럼프 2기'를 맞아 발생하는 관세 압박,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탄소 중립' 압박에 대한 호소였다.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절절한 얘기가 곳곳에 녹아 있었고 철강인들에게 힘내자는 애타는 독려가 또 한 축이었다.

그랬어도 며칠 후 13일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계의 만남에서 포스코는 누락됐다. 정부는 경제가 최우선이라며 재계 5위로 선을 긋고 회동했다. 현재 공정위 기준 재계 서열 5위는 롯데가 맞지만, 직전까지는 포스코였다. 홀대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핵심 동력이 됐던 게 바로 철강이란 걸 잊었나. 국민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정부는 아직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기업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고 자산 매각에 들어간 위기의 포스코, 포항공장 무기한 셧다운과 일부 사업부 처분에 이어 임원 급여 삭감, 희망퇴직까지 단행 중인 적자 속 현대제철, 창사 이래 첫 인천공장 전면 셧다운에 들어가는 동국제강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미국 고율 관세에 고민이 많은 세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철강 관세를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25%에서 50%로 올려버렸고,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저가의 중국산은 떨이처럼 전 세계 시장을 떠돌며 철강값을 떨어뜨린다. 국제사회와 정부가 말하는 탄소 중립 압박에서 산업부문 배출량의 약 40%에 육박하는 철강은 혼나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제 포스코가, 현대제철이, 동국제강과 세아가 힘을 잃고 수입산 철강에 의지하게 된 대한민국을 떠올려 본다. 철강 공급망 불안에 따른 가격 변동성과 납기차질 리스크는 자동차, 조선, 기계, 건설에 이르는 제조업 경쟁력을 전반의 경쟁력을 무너뜨리게 된다. 철강산업은 누가 뭐래도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이다. 산업 생태계 부실화와 지역경제 침체, 수입재 의존 심화, 고용 감소 등 산업과 경제 전반에 걸친 연쇄적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과거 장기 집권한 모 정치세력의 강력한 제조업 육성의지와 지속성이 더해져 우리 제조업 성장을 가능케 했다면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화학과 철강은 환경오염을 일삼는 나쁜 기업이라는 시각일까. 철강인들의 목소리는 이번 정부에 전해지고 있나. 그 위기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나. 만약 그렇다면 정부는 철강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구체화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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