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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격, 예상보다 피해 적다”…美, 이란 고위층 통화 감청 내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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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6. 30. 09:13

WP, 이란 고위 관리들간 통화 감청 내용 보도
"미국의 핵시설 공습 예상보다 덜 파괴적" 평가
백악관 대변인, 해당 정보 신빙성 즉각 일축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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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최근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군의 공습과 관련해 이란 고위 관리들 간의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결과, 해당 공격이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덜 파괴적이었다는 평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네 명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감청된 통화에서 이란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공격의 범위와 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그 배경에 대한 추측도 주고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완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악관은 해당 정보의 신빙성을 즉각 일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가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적인 누설을 돕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이란 관리들이 수백 피트 지하에서 벌어진 상황을 안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을 겨냥해 3만 파운드(약 1만3607kg) 규모의 벙커버스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포함한 막대한 화력을 동원한 작전이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사전에 옮겼을 가능성과 일부 시설의 입구만 차단되고 지하 건물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보도 등이 제기되며,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 "익명의 이란 인사들 간의 단일 통화는 공식적인 정보평가와는 다르다"며 "정보는 다양한 출처와 방식을 통해 축적된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분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장한 공습 성과와 다른 보도 내용에 격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정보를 유출한 건 민주당"이라며 "기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정보로 인해 이란이 우라늄을 이동시켰다는 보도에 대해 "그럴 리 없다"며 "이란은 우리가 공격하는 순간까지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국방정보국(DIA)은 공습 직후 초기 평가에서 "이란의 일부 원심분리기는 여전히 작동 가능하다"고 보고했으며, 전체 피해 평가는 며칠에서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번 작전은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은밀한 군사작전이며,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 의회 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비공개 브리핑 후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오도한 것"이라며 "이란이 여전히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를 제거한다고 지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원심분리기 기술과 우라늄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프로그램은 수개월 지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면 파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이 다시 복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의지를 꺾었는가"라고 덧붙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 상당한 수준의 피해가 가해졌지만, 일부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란은 여전히 우라늄 처리 및 농축 능력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트럼프가 공격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며 "우리 핵시설을 공격했지만 중요한 성과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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