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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바꾸려면 기업이 앞장서야“…HDC현산이 그리는 디벨로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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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8. 04. 06:00

박희윤 HDC현산 개발본부 본부장 인터뷰
서울 동북권 베드타운 노원구 일대서 '서울원' 프로젝트
"지속적인 지역 성장 요인 필요…한국판 '롯폰기 힐즈' 실현"
"노원, 삼성동·용산과 서울 3대 거점으로 발전"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산업본부장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 본부장(전무)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규모 복합도시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서울 주요 지역에서 '도시를 통째로 설계하는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용산구 용산역 일대에 이어 노원구에서 대규모 복합도시개발 프로젝트 '서울원(SEOUL ONE)'을 추진하면서다. 특히 본사를 해당 부지로 직접 이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며, 전략 수립부터 공간 설계, 콘텐츠 구성, 운영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통합 개발 모델을 본격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HDC현산은 '기존의 점적 개발에서 벗어나 동네 단위의 유기적인 복합개발'을 지향한다. 단순한 부지 활용이 아니라, 도시 기능과 인구 구성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도시 전략가'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 디벨로퍼 모리빌딩이 도쿄 롯폰기 힐즈에서 구현한 방식처럼, 특정 지역에 장기적으로 관여하며 도시를 만들어가는 모델을 한국에도 정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 중심에는 박희윤 HDC현산 개발본부 본부장(전무)이 있다. 도시 및 복합개발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그는 한양대에서 도시개발 석사,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건축 및 도시개발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2006년부터 일본 모리빌딩에 합류해 '롯폰기 힐즈' 프로젝트의 개발 철학과 운영 노하우를 체득했다. 현재는 HDC현산의 도시개발 전략과 핵심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서울형 복합도시 모델'을 이끌고 있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산업본부장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도시의 개발 및 기능과 경험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서울원 부지는 약 4만5000평 규모의 단일 소유권 부지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개통되면 삼성역까지 약 8분 만에 이동 가능하다. HDC현산은 이곳에 본사를 포함해 주거, 호텔, 쇼핑, 창업지원, 평생교육 등의 기능을 갖춘 '도시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본사가 가장 먼저 입주하는 '선(先)이전 모델'을 통해 지역 변화의 신호탄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사무실 이전이 아니라, HDC현산이 추구해온 도시 개발 철학을 현실에 구현하는 상징적 사례다. 본사 이전 전부터 내부 직원들이 도시 콘셉트, 공간 설계, 테넌트 구성, 생활 서비스 등을 직접 기획해 왔다. '우리가 먼저 들어간다'는 철학 아래, 도시가 스스로 기능하도록 구조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HDC현산은 이번 복합개발 실험을 통해 민간 디벨로퍼도 도시의 전략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원'은 단순한 부지 개발이나 본사 이전이 아니라, 반경 1km 이내에서 삶의 모든 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된 미래형 복합도시"라고 강조했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산업본부장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본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서울원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의주 기자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원' 프로젝트로 본사를 노원으로 옮기려는 결정은 상당히 과감하다. 왜 시작하게 됐나?
"도시를 바꾸는 건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기능과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그런 변화를 만들려면 누군가는 먼저 들어가서 판을 짜야 한다고 봤다. 서울 동북권은 오랫동안 베드타운으로만 여겨져 왔고, 여기에 새로운 도시 모델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부터 본사를 옮겨 '변화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부터 들어간다'는 말이 인상 깊다.
"말로만 하는 개발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디벨로퍼가 가장 먼저 입주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기업이 들어오지 않던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야 도시가 바뀐다."

-왜 하필 노원이었나? 본사 이전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서울 노원과 주변 지역은 베드타운으로서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늘 받아 왔다. 그래서 우리가 디벨로퍼로서 진정성 있는 모델을 보여주려면, 가장 어려운 곳에서 변화를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운이 좋았던 건 약 4만5000평의 대규모 부지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롯폰기 힐즈나 아자부 힐즈처럼, 도시 이미지를 바꾸려면 충분한 규모의 부지와 함께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서울원 부지는 그런 조건을 충족해,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진짜 실험'이 가능한 곳이다."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을 것 같다.
"직접 말은 안하지만 있을 것이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게 노원은 거리도, 이미지도 낯설다. 그래서 단순한 사무실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시작되는 공간으로 설계하려 했다. '서울원'이라는 이름도 그냥 사업명이 아니라, 우리가 도전하는 도시모델의 첫 번째이자 최고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복합개발은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고 하던데?
"당장은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의 브랜드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따라온다. 병원, 호텔, 평생교육, 청년 공간 같은 요소들이 도시의 콘텐츠다. 기능이 혼합되고 사람이 섞여야 진짜 살아 있는 동네가 된다. 그냥 오피스만 넣는다고 도시는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을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도 중요한데.
"맞다. 도시도 생명체다. 계속 자극을 주고 콘텐츠를 채워야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타운 매니지먼트'라고 부른다. 단순히 민간이 개발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도시가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운영까지 책임져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 주민 등이 힘을 합쳐 관리해 나가는 형태로 자리잡아야 한다."

-노원 '서울원' 이전에도 삼성동과 용산 개발을 선도해 왔다. 두 사례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었고, 지금의 도시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노원 '서울원' 프로젝트는 도시 전략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고, 그 기반은 삼성동과 용산 개발에 있다. 삼성동은 코엑스부터 탄천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권역을 국제적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잠실 마이스 개발과 연계해 2032년까지 약 45만㎡ 부지를 글로벌 앵커 도시로 키우는 계획으로, 한화 건설부문과 협력 중이다. 용산은 아이파크몰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본사를 이전해 직접 지역 변화를 이끌었고, 지역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개발 방식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크게 개선했다. 이 같은 경험들이 쌓이며 노원에서는 단순한 기업 입주를 넘어 민간이 도시 구조 자체를 기획하고 실험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이들 세 거점은 각각 독특한 기능과 정체성을 가지고 서울의 단일 중심 구조를 다핵 모델로 바꾸는 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마지막으로, HDC현산이 지향하는 디벨로퍼의 미래는 무엇인가?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도시를 설계하고,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가 돼야 한다.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며,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민간도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선도적 디벨로퍼가 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대담 최성록 건설부동산부 부장·정리 전원준 기자

[박희윤 개발본부 본부장 약력]
△창원대 전자계산학과 졸업 △한양대 도시대학원 석사 △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술원 박사과정 수료 △2006년 모리빌딩 프로젝트매니저 △2010년 모리빌딩 서울지사장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 개발본부 본부장

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서울 노원구 '서울원 프로젝트'(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 예상 모습./HDC현대산업개발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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